"물 들어올 때 노 젓자"
SSG닷컴이 올들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반사익으로 급속하게 덩치를 불리면서 오픈마켓 진출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직매입과 오픈마켓 사업 양쪽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쿠팡을 정조준해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연내 오픈마켓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중개사업이다. G마켓와 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 대부분의 온라인몰은 오픈마켓 중심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커머스 1위인 쿠팡은 직매입과 오픈마켓(중개) 방식 모두를 채택하고 있다.
현재 SSG닷컴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상품을 판매하거나, 직매입한 상품을 직접 배달하는 ‘쓱배송’과 ‘새벽배송’ 위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오프라인 대형마트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 같은 형태는 상품의 품질 관리가 용이해 온라인몰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직매입한 상품만 취급하다 보면 사업 확장에는 제약이 따른다. SSG닷컴의 취급 상품 수는 1000만 개 수준에 그친다. 경쟁자로 꼽는 쿠팡이 직매입 사업인 로켓배송 상품 수만 600만 종에 이르고, 오픈마켓 사업까지 더하면 주문 가능한 상품 수가 2억 개가 넘는다. 오픈마켓인 G마켓도 1억여 개의 상품을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롭스 등 계열사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롯데온(ON) 역시 올 4월 오픈마켓 사업에 나서면서 취급 상품 수는 기존의 180만 개에서 2500만 개로 치솟았다. 취급 품목이 많을수록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져 방문을 이끌어내는 모객효과로도 이어진다.
오픈마켓은 매출 측면에서도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롯데온의 경우 론칭 4개월 만에 전체 매출에서 오픈마켓 사업 비중이 20%대에 육박할 만큼 성장했다.
이외에 광고 수입도 추가로 챙길 수 있다. 오픈마켓 업체는 통상 판매자의 상품이 상단에 노출되는 검색 광고 등을 통해서도 매출을 올린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SSG닷컴의 광고 매출액은 연간 300억~400억 원 선으로 추정되는데 비해 11번가의 오픈마켓 광고 매출액은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인 3000억 원으로 추정될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오픈마켓 진입로에 꽃길만 놓인 것은 아니다. 정부가 온라인 쇼핑몰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오픈마켓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정책이 다른나라에서는 본격화되지 않아 규제의 파장을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추이를 살핀 후 진출 시기를 정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입법 추진단(가칭)’ 내부에 상거래 분과를 설치해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마련에 착수했다고 알려졌다. 오픈마켓 플랫폼 기업들이 중개사업자라는 이유로 소비자 피해에 ‘모르쇠’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자 정부가 ‘온라인 풀랫폼 중개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라인 플랫폼법)’ 제정과 별개로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통해 공정위는 플랫폼에서 판매된 상품에 소비자 피해가 나올 경우, 플랫폼 사업자의 관여도에 따라 판매자의 계약 불이행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온라인몰이 일정 부분 함께 배상하게 하는 방식을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오픈마켓은 아무래도 직매입 방식에 비해 가짜 상품이나 질 낮은 상품을 거래하는 판매자를 관리하기가 어려워 온라인몰 자체 평판에 문제가 생길 여지도 있다. 소셜 커머스로 시작해 오픈마켓에 먼저 발을 내딛은 쿠팡은 롤렉스와 발렌시아가, 구찌 등 명품 브랜드의 가품 판매자로 골머리를 앓은 적이 있다. 이는 곧바로 온라인몰 전체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직매입 사업으로 소비자 신뢰를 착실히 쌓아온 SSG닷컴으로서는 섣불리 오픈마켓에 진입했다가 책임져야할 부분이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SSG닷컴은 오픈마켓 진출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오픈마켓 진출을 전반적으로 검토는 계속하고 있으며,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