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 절도 등 범죄를 저지른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거부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A 씨는 2013년 현역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됐다.
그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양심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고,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2015년 10월경 “현행 헌법과 법률의 해석상 종교적 신념과 양심을 이유로 한 입영거부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후 2018년 11월 ‘집총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그러나 2심은 “병역거부 당시 A 씨의 종교적 신념이 깊거나 확고하다고 볼 수 없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다고 볼 수도 없어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보기 어렵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2015년 12월 모욕죄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고, 2016년 3월경 절도죄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범행 시기는 입영거부 시점 전후인 2012년, 2013년, 2015년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2015년 11월경 제명 처분을 받아 신도 자격을 잃었다가 2017년 8월 자격을 되찾기도 했다. 교단은 자격 상실시킨 사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죄를 짓고도 회개하지 않고 여호와의 표준을 따르기를 거부한다면 제명처분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 담긴 첨부서류를 법원에 제출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병역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죄 내용은 여호와의 증인의 교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