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견제 야당은 정당 해산 명령...시위대 수 급증하는 추세
동남아시아에 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다. 홍콩에서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가 한창인 가운데, 태국에서도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민주화를 외치고 있다. 태국 정부는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켰던 육군 수장을 지난해 총리 자리에 앉혔고, 올 초엔 야당에 해산 명령을 내리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태국의 반정부 시위대는 수도 방콕에서 군주제 축소 및 민주화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대는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의 사임과 함께 총리의 연임을 도운 헌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2014년 쿠데타 이후 제정된 현행 헌법 때문에 짠오차 총리가 지난해 정권 복귀에 성공했다는 게 시위대의 입장이다.
또한 시위대는 지난해 총리 취임을 지지했던 왕실의 권한을 제한하고, 법정 양형 사유에 왕실 비판 혐의가 포함된 현행 법의 개정도 요구했다. 왕실의 권한이 막강한 탓에 자유로운 비판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권 교체 요구로 시작한 시위는 이제 왕권 축소 요구로까지 번지고 있다.
해산한 야당인 미래선진당의 전 대표 타나톤 주앙그루앙킷은 “정치ㆍ경제적으로 위기인 상황에서 국민의 신뢰를 끌어낼 수 없다면 어떻게 나라가 운영될 수 있겠냐”며 “현 정부는 국민들의 분노를 과소평가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쁘라윳 정권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국민의 신뢰를 전부 잃었기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주앙그루앙킷 전 대표는 지난 2월 법원이 정당 해산을 명령했을 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아 정치활동이 10년간 금지된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쁘라윳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정권 외에도 왕정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며 시위대의 숫자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12월 수천 명에 불과했던 시위 규모는 올해 8월에 1만 명을 돌파했고, 지난달에는 5만 명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에도 정권·왕권 개혁을 원하는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계속되는 시위에 태국 자본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바트ㆍ달러 환율은 최근 일주일 새 0.5%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올 들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하락폭이라고 전했다. 주식 및 채권 시장에서는 외인의 매도세가 진행형이다.
방콕 SCB증권의 시장전략실장인 지티뽈 푹사마타난은 “현 태국 시장은 유동성이 매우 낮을뿐더러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치적 리스크를 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