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해 안정적인 스타트업 경영 환경을 조성키로 했다. 이를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도입 요건 등에 대해 더욱 섬세한 손질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16일 ‘비상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주식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비상장 벤처기업이 지분 희석 우려 없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탄생 기반을 다지겠단 취지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의결권이 여러 개인 주식이다.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한다’는 현행 상법에 따라 발행할 수 없었다. 그러나 벤처·스타트업계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아 지분이 희석될 경우 안정적인 경영이 어렵단 불만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올해 초부터 도입을 추진해 왔다.
이날 발표한 방안에 따르면 복수의결권 주식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창업주로서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자에게 발행된다. 창업주가 여러 명일 때 이사로 재직 중인 창업주의 지분을 합해 50% 이상 최대주주 요건을 충족하면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게 했다.
발행 요건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창업주 지분이 30% 밑으로 떨어지거나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한 경우 등이다. 누적투자 100억 원 이상이면서 마지막으로 유치한 투자금액이 신규 50억 원 이상일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1회에 한해 1주당 10개 한도로 발행할 수 있다. 발행하려면 발행된 주식 총수의 4분의 3 이상이 동의하는 ‘가중된 특별결의’로 정관을 개정하면 된다. 이어 정관에 따라 가중된 특별결의로 발행하면 된다.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도 포함됐다. 업주가 이사를 사임하거나 복수의결권을 상속·양도하는 경우에는 복수의결권이 보통주로 전환되고, 기업이 상장할 경우에는 3년 유예기간을 두고 보통주로 전환한다. 또한 발행 기업은 중기부에 이를 보고해야 하며 정관 공시와 관보 고시도 해야 한다.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벤처기업협회는 논평을 통해 “창업자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기반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게 돼 벤처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받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도 “복수의결권 제도는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업계와 포럼이 지속해서 건의해온 내용”이라며 “정부가 공식적으로 방안을 발표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 입법예고 기간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벤처투자업계는 복수의결권 주식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한 액셀러레이터는 “한 주당 의결권이 하나라는 대원칙은 지켜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도 “취지는 좋지만 벌써 도입할 단계는 아니었다고 본다”며 “일단 벤처투자 시장을 키우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도입 요건에 대한 의견도 갈린다.
A액셀러레이터는 “누적투자 100억 원 이상이란 요건은 최근 벤처투자 규모를 생각하면 문턱이 너무 낮다”며 “시리즈A 단계에서 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복수의결권 발행을 남발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반면 벤처·스타트업계는 ‘누적투자 100억 원 이상’ 등 도입 가능한 기업의 조건이 너무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투자 금액 제한이 걸려있는 경우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기업의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의견이 갈리는 만큼 입법예고 기간 동안 정교한 손질이 필요할 전망이다.
중기부는 11월 말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올해 안에 국회에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상법 특례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