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논란에도 금리 낮추기 어려운 이유는
자금 요청 기업, 신용 부실 태반
금리 낮출 땐 기금 손실률 확대
‘혈세 낭비’ 우려 보수적 지원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오는 29일 회의를 열고 제주항공을 포함한 항공업계에 대해 현황을 보고받을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이달 15일 열린 기안기금심의회의 전까지 기안기금을 신청할 계획이었으나, 아직 공식적인 절차가 이뤄지진 않았다. 이번 심의회선 자금 규모나 금리 등 세부조건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공을 비롯한 저비용항공사(LCC) 등은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항공사가 기안기금 신청을 망설이는 것은 기안기금의 대출금리가 다소 높기 때문이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에 지원된 기안기금의 대출금리는 3년 만기에 연 7%대 후반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논란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심의회 내부서도 금리가 높은 탓에 기안기금의 지원이 저조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금리 기준을 낮춰서까지 기안기금이 투입될 여지는 적다는 게 중론이다.
기안기금은 산업과 고용에 영향이 큰 ‘기간산업’에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총 차입금 5000억 원 이상, 근로자 수 300인 이상 등의 조건을 명시한 이유다. 기간산업에만 집중한 기금이 조성된 것은 정부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조성한 ‘135조+@’ 프로그램만으로는 충당하기 어려운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사실상 ‘2차 방어선’의 목적으로 조성된 만큼 기안기금은 지원이 남용돼선 안 된다는 게 정부와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추가 방어선으로 넘어왔기에 기안기금에 손을 내민 곳은 대체로 신용등급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항공사들은 낮은 신용등급으로 인해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금리의 문턱을 낮추면 부실기업에 대한 기안기금의 지원이 많아지고, 동시에 기금손실률도 불어나게 된다.
기안기금은 코로나로 ‘일시적인’ 유동성을 지원하는 게 목적이다. 기금의 상환 기간을 최대 5년으로 명시한 이유다. 당장은 고금리로 업체가 힘들다고 해도, 코로나 위기가 지나면 충분히 갚을 여력이 있는 업체에 기금 투입이 결정되는 구조를 갖는다. 고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이 가중한다고 해도 일시적인 어려움에 불과하다는 판단이 자리한 셈이다. 이는 애초에 생존이 어려운 기업에 자금이 지원되는 부조리를 막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기금의 재원은 돈을 빌려준 회사로부터 수익이 발생할 때까지 정부, 한국은행 등으로부터 차입금을 조달받아 조성된다. 기안기금은 원리금 상환에 대해 국가가 보증하는 구조기에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회의 동의도 필요하다. 그만큼 ‘혈세 낭비’ 논란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 지원에 앞서 심의회까지 두는 등 지원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안기금은 조달금리가 낮지만, 전체 산업의 부도 위험을 고려하면 은행의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