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빌라 중심으로 30대 젊은층 실수요자 크게 몰려
#. 직장인 이 모씨(37)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는 결혼을 앞두고 서울 강서구 염창동 직장 근처 다세대ㆍ연립주택(빌라)를 알아보고 있지만 매물이 거의 없는 데다 가격도 올해 초보다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아파트는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도 매입은커녕 전셋집도 구하기 힘들어 일찌감치 포기했다. 이 씨는 “그래도 아파트보다 빌라가 싸지 않느냐”며 “연말까지 빌라를 계속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빌라 몸값이 하늘을 찌른다. 매물 품귀 속에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껑충 뛴 아파트 매매값과 전셋값을 감당하기 벅찬 주택 수요자들과 세입자들이 다세대ㆍ연립주택 매입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빌라 매매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신축 빌라를 중심으로 매매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7년 지어진 강서구 염창동 주원베르빌 전용면적 29㎡형은 2억6000만 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일주일 전보다 1000만 원 올랐다. 현재 최고 호가는 2억7500만 원이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최근 몇 달 새 아파트값이 너무 올라 매입 자체가 힘들자 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신축 빌라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매수세는 강한데 매물이 적다 보니 빌라 매매가격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해 준공된 강남구 삼성동 하인스텔 빌라 전용 24㎡형 매매 호가는 4억2000만~4억4000만 원으로 직전 최고 실거래가 4억 원(7월)보다 많게는 4000만 원 올랐다. 삼성동 S공인 관계자는 "지어진 지 몇 년 안된 새 빌라를 찾는 수요가 많아 신축 빌라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라고 말했다.
“빌라는 가격 상승도 제한…묻지마 매입은 삼가야”
이렇다 보니 서울 아파트 시장처럼 빌라도 ‘매도자 우위 시장’을 형성한 상태다. 아파트값이 치솟자 풍선효과로 빌라 수요가 증가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매매수급동향지수는 104.3으로 전국 평균(94.3)보다 높았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수치화한 것으로 100보다 높으면 수요가 더 많다는 뜻이다. 서울지역 수치는 7월 102.8로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된 뒤 3개월 연속 100 이상을 기록 중이다.
빌라를 찾는 수요는 많은 데 매물이 워낙 없다 보니 거래는 뜸한 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빌라 매매 건래건수는 3835건으로 8월 4195건보다 8.6%(360건) 줄었다. 빌라 거래건수가 가장 많았던 7월 7268건과 비교하면 47.2%(3433건) 감소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값까지 계속 오르자 이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다세대·연립주택 매입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며 “빌라는 서민과 주거 취약계층이 많이 거주하는만큼 정부가 '풍선효과'를 막을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빌라는 아파트처럼 거래가 원활하지 않아 가격 상승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며 "분위기에 휩쓸려 묻지만 매입에 나서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