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1대 1 재건축 ’추진… 후분양 전환도 잇따라
분양가 상한제가 서울 정비사업에 상수(常數)가 됐다. 정비사업장마다 분양가 상한제 영향을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분양가 상한제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엔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일반분양 수익으로 사업비를 대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으로선 재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합원 분담금은 늘어난다.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일수록 그 부담은 크게 는다.
최근 재개발 구역 사이에서 공공 재개발이 인기를 끄는 건 이 때문이다. 정부는 재개발 사업에 공기업을 시행자로 참여시키고 주택 일부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하면 분양가 상한제에서도 제외해주기로 했다. 지금까지 서울 시내 재개발 구역 20곳 이상이 공공 재개발 사업에 응모했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9구역 김삼근 추진위원장은 “분양가 상한제에서 제외해주고 용적률도 높여준다면 사업성이 높아지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아직은 불투명한 부분이 있어 의견 수렴 중에 있다”고 했다.
재건축 단지에선 ‘1대 1 재건축’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기존 아파트와 유사한 가구 수로 아파트를 짓는 1대 1 재건축은 일반분양 물량이 극소수인만큼 분양가 상한제에서 자유롭다. 사업비 조달 부담은 있지만 고급화로 가격 상승을 노릴 수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용산구 이촌동 왕궁아파트 등 고가 아파트 단지에서 1대 1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재건축으로 상승한 집값 일부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면서 1대 1 재건축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 일반분양 주택이 줄면 재건축 부담금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부 사업장은 분양 일정을 아예 늦추고 있다. 후분양은 건설 공정이 80% 이상 진행된 후에 아파트를 분양하는 것을 말한다. 착공 전에 분양하는 선분양보다 분양 수익을 늦게 거둬들이지만 분양 때까지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분양가를 높여 부를 수 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5차·21차 아파트’, 송파구 신천동 ‘잠실미성ㆍ크로바아파트’ 등 서울 강남권에서 후분양을 선택하는 재건축 조합이 늘어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최근엔 분양가 산정을 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후분양으로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는 이런 움직임들이 주택 공급에는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1대 1 재건축은 신규 주택 공급이 거의 없고, 후분양도 주택 공급이 늦춰진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소비자의 청약 기회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공급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며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지금보다 정비사업을 유연한 기조로 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