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지지 얻으면 막판 뒤집기 가능성도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 신임 사무총장으로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아닌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교도통신은 25일 유 본부장과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등 2명으로 압축된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일본 정부가 나이지리아 측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자국의 수출 규제 강화가 부당하다고 WTO에 제소한 상황에서 유명희 후보가 당선되면서 분쟁 해결 절차 공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제 관심은 일본의 반대를 딛고 유 본부장의 당선 가능성이다. 현재는 유 본부장이 열세라는 시각이 크지만 막판 총력 유세지원을 통해 유럽 지역의 표심을 얻는다면 언더독의 반란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26일 주요 외신과 외교·통상당국에 따르면 164개 회원국을 상대로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해 진행 중인 최종 선호도 조사는 이달 27일 마무리된다. 다음 달 7일 전까지 회원국 간 의견 일치(컨센서스)가 도출되면 최종 WTO 사무총장 선출자가 결정된다.
선호도 조사에서 유 본부장은 절반인 82표를 넘겨야 한다.
유 본부장은 현재 미국 등 31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WTO 아시아개도국 그룹,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 8개국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가입국 중 가장 많은 투표권(44표)을 보유한 아프리카의 몰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카리브해 국가들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유럽의 표다. EU 비회원국까지 합하면 유럽의 표는 41표다. 통상 EU는 그간 국제기구 투표 등에서 27개 회원국이 사전 합의를 거쳐 특정 후보에게 이른바 ‘몰표’를 행사해왔다.
현재 독일과 프랑스 등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동유럽과 발트해 국가들이 유 본부장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EU는 지지 후보 결정을 놓고 막판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표심을 잡는 후보가 사무총장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위기에 처한 WTO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취임 첫날부터 바로 일할 수 있는 통상 전문성을 갖춘 유 본부장이 준비된 적격자임을 강조하며 막판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유 본부장이 최종 결선 종료를 앞두고 아시아태평양과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 걸친 다수의 고른 지지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