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생 국가시험(국시) 응시 문제는 의정협의체 안건이 아니라는 입장을 반복하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료계 전 직역의 뜻을 모아 '강력한 행동'으로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의협은 29일 입장문을 내고 "책임져야 할 일은 미뤄둔 채 회의부터 시작하자는 의정협의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의료계와의 자존심 싸움에 골몰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예고된 현장의 혼란과 필수의료의 붕괴, 보건의료체계의 파국을 막기 위해 교수, 전공의, 개원의, 봉직의 등 의료계 전 직역의 뜻을 모아 강력한 행동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시 재응시는) 의정 협의 논의 과제에 없다"라며 "국민 보건 측면에서 앞으로 의사 국시를 보지 못해 생길 문제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애초 복지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뿐만 아니라 능력도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라며 "향후 대응은 확대, 개편 중인 범의료계투쟁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책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대응했다.
지난 8월 의료계는 공공의대 신설, 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의 4대 의료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총파업 투쟁에 나섰고, 9월 4일 정부는 의협과 해당 정책의 중단을 포함해 의정협의체를 통한 의료현안 해결 등에 합의했다.
의협 측은 "이 합의는 복지부가 의협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 정책을 일방, 강압적으로 추진한 과정의 문제를 인정한 것이다. 따라서 의료계가 잘못된 정책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과정에서 감내해야 했던 피해(국시 거부)를 바로 잡는 것 역시 마땅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그럼에도 학생의 입장에서 가장 강력한 의사 표현 방법 국가시험 응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국시 재응시 불가에 따라 생기는 의료계 피해를 강조했다. 의협은 "복지부가 비겁한 책임회피와 비열한 인질극에 재미를 붙이는 동안 사상 유례가 없는 2700여 명의 신규의사 공백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라며 "배출이 예정된 의사인력의 약 10%만이 현장으로 투입되면서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대혼란이 유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연차의 의사 인력의 90%가 사라지게 된다면 이로 인한 충격은 수년간 지속될 뿐만 아니라 주변 의료인들의 업무부담 가중과 수련환경의 악화는 물론,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양과 질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의대생 국시 재응시를 다시 한 번 호소했다. 의협은 "의대생의 국가시험 응시는 의대생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건의료체계의 유지와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