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독일 오토메티카(유럽 최대 로봇·자동화 전시회)에 가본 적이 없어서요…”
“뮌헨에서 하는 거 맞죠? 저 다녀왔는데 나중에 내용 정리해서 공유 드리겠습니다.”
30일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진행된 ‘2020 로보월드’에서는 위와 같은 대화가 빈번하게 이뤄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로봇산업협회,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제어·로봇·시스템학회가 주관하는 ‘2020 로보월드’에는 약 200개 업체가 700개의 부스를 꾸려 참가했다. 2020 로보월드 참가자들은 부지런히 발품을 팔며 타 부스를 관람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다.
전시장 한켠에 나란히 자리 잡은 두 업체가 눈에 띄었다. AI 센서와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에이딘로보틱스(AIDIN ROBOTICS)와 자율주행로봇 개발 전문기업 트위니(TWINNY)였다. 에이딘로보틱스 부스에는 네발주행 로봇이, 트위니 부스에는 바퀴 달린 자율주행 로봇이 활보했다.
서로 상대방 부스를 바라보며 무엇을 얻을 수 있었을까.
천영석 트위니 대표는 “트위니는 바퀴로 굴러가는 로봇이라 평지에 유리한 반면, 사족보행 로봇은 계단을 오르는 데 유리하다는 특징이 있다”며 “서로 채울 수 없던 부분을 교류하며 배울 수 있더라”고 설명했다.
설명이 무색치 않게 천 대표와 잠시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다른 부스의 관계자들이 꾸준히 찾아왔다. 저녁을 함께하자는 제안이나 로봇 기술에 대한 질문들이 줄을 이었다.
이윤행 에이딘로보틱스 대표도 자사 로봇 홍보뿐 아니라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어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에이딘로보틱스가 만든 센서를 보시고 이걸 기계에 붙이면 공장에 바로 도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제안이나, 분진이 많이 나오는 환경에 사족보행 로봇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제안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며 “실제 현장에 있는 분들이나 경험이 많은 분들의 아이디어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산업용 로봇뿐 아니라 미래를 고민한 로봇들도 있었다. 아이로(AIRO)의 로봇 물고기가 그 예다. 부스에 구비된 로봇 물고기가 LED 조명을 빛내며 유영했다. 육안으로 보기에 실제 물고기의 움직임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오용주 아이로 대표는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연령대가 높은 이들은 반려동물을 보살피는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 본다”며 “돌보는 부담이 없으면서도 일상에서 건강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로봇 물고기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초음파 통신망이 구축되면 물속에서도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교환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로봇 산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도 모였다. 서울 로봇고등학교에서 로봇 동아리 활동을 하다 2020 로보월드에 참가한 구예림·현진우·한예찬(16) 학생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일상을 포착후 로봇으로 재해석했다. 구예림 학생은 동아리실 블라인드가 잘 내려가지 않는 불편을 겪고 블라인드를 내려주는 로봇을 구현했다. 현진우 학생은 평소 관심이 많던 격투·축구 로봇을 설계,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는 로봇을 만들어냈다. 한예찬 학생도 인형뽑기를 하던 추억을 살려 레고와 인형뽑기를 결합한 로봇을 출품했다.
해당 학생들을 인솔한 임의혁 서울로봇고 취업지도부 교사는 “와서 보시고 나중에 우리 회사 오라고 말을 붙이는 분들도 계신다”며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로봇도, 사람의 마음을 건드는 로봇도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비전을 갖고 계속 활동을 이어나가고자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