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흔들리는 시장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무엇보다 9000만 명을 넘어선 사전투표가 변수로 떠오르면서 ‘레드 미라지(붉은 신기루)’ 현상과 이에 따른 혼란이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일 증권가에 따르면 현지시각으로 오는 3일 미국 전역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투표 종료 시각은 주마다 차이가 있다. 현장 투표보다는 우편투표와 사전 현장투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31일(현지시간)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가 90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2016년 대선 전체 투표자(1억3884만 명)의 66%가 투표를 마친 셈이다.
문제는 3일 대선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를 인정하는 경합주가 7개에 달하고 이들 지역에 걸린 대통령 선거인단 수가 전체 선거인단(538명)의 20%인 113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합주에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면 최장 10일가량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모르는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선거 당일 승패를 알기 힘든 접전이 펼쳐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 선언 후 우편투표 개표 중단을 요구하면 결국 소송이 벌어져 연방대법원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키움증권 김유미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당선되지 못할 때 대선 불복 선언을 할 가능성도 있어 관련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 대선 결과가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시장을 지배하고, 가격 변수들도 관망하거나 위험회피성향에 기댄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험에서도 정치적 불안이 금융시장 가격변수에 미치는 악영향은 뚜렷하다. 2000년 미국 대선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앨고어 후보가 재검표를 요구했지만, 결국 부시가 당선된 때다. 월평균 변동성 지수(VIX)가 다른 대선 때 달리 연말까지 상승했다.
반대의 시각도 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반등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 또는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증시 충격이 예상에 못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가 시장 친화적이고, 경기회복에 정책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트럼프가 재선할 경우 감세, IT 기업규제 부담 완화로 미국 경제성장 기조와 주식시장 강세 동력이 유지될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 및 글로벌 경기회복 기조 속에 IT 주도의 상승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또한 미·중 갈등이 고조될 경우 중국 IT 기업 제재는 한국 IT기업에 반사이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당선될 경우 증세, IT기업규제 강화 부담은 상당기간 동안 미국에 국한된 이슈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오히려 미국 성장을 저해하며 달러 약세 속도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미 대선이 끝나면 경기부양책 등 그동안 증시를 발목 잡았던 재료들이 소멸되고 11월 중순 이후부터는 코로나19 백신 승인 뉴스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최근 증시의 불확실성이 가장 강하다고 봤을 때 10월 하락이 ‘방향성의 되돌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