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평균 낙찰가율 111.8%로 껑충
보합권 머물고 있는 일반 매매시장과는 대조적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낙찰가가 치솟고 있다. 아파트 일반 매매시장이 짙어진 관망세 속에 보합권에 머물러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의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 하고, 가격이 시세 대비 싸다보니 경매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원경매 전문기업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서울 남부지방법원 경매 10계에서 진행한 강서구 염창동 염창3차 우성아파트 전용 85㎡형 경매엔 응찰자 33명이 모여들었다. 지난달 아파트 법원경매 중 30명 넘게 응찰자가 몰린 건 이 물건이 유일하다. 감정가가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 대비 2억 원 가량 낮은 6억4700만 원이었던 이 물건은 7억707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9%였다.
이 보다 앞서 12일엔 송파구 방이동 아크로빌 전용 190㎡형이 감정가(12억9500만 원)보다 무려 7억 원의 웃돈이 얹어져 팔려나갔다. 낙찰가율은 151%에 달했다.
아파트 경매 열기는 강남권과 비(非)강남권을 가리지 않는다. 관악구 신림동 뉴서울아파트 전용 51.3㎡형은 감정가(3억100만 원) 대비 1억 원 높은 4억1000만 원에 팔렸다. 낙찰가율이 136%로 지난달 아파트 법원 경매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감정가 3억8000만 원인 도봉구 방학동 우성아파트 전용 84㎡형도 8000만 원 비싼 4억6898만 원에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은 123%로, 무려 17명이 경합을 벌인 결과다. 노원구 중계동 벽산아파트 전용 85㎡형도 감정가(6억1100만 원)보다 1억2000만 원 가량 높은 7억3400만 원에 낙찰됐다.
이같은 열기에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과 낙찰률이 모두 뛰어 올랐다. 9월 89.5%였던 낙찰가율은 111.8%로 20%포인트 넘게 치솟았다. 같은 기간 비강남권 낙찰가율은 89.5%에서 109.9%로 껑충 뛰었고, 9월 한 건의 낙찰도 없었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는 113.2%까지 상승했다.
중저가와 고가 아파트를 막론하고 경매시장이 이처럼 들끓는 건 시세보다 저렴하게 집을 살 수 있는 데다 규제 무풍지대라는 이점 때문으로 보인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경락잔금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의 하위 개념이어서 정부의 대출 규제가 고스란히 적용돼 대출이 불가능하거나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감정가가 시세 대비 낮아 매력적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매는 명도(집에 살고 있는 점유자를 내보내는 일) 과정이 어려울 수 있어 감정가가 싸더라도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