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지켜보는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상호 비난 수위가 높아지자 검찰 안팎에 불신이 팽배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4일 "국민 눈에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권력다툼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 "강대강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권이 합세하면서 (국민들의) 피로도가 급격히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 개혁은 어느 한쪽의 힘으로 강압적으로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며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합심해야 하고 검찰 내부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한데, 현재 분위기를 봐서는 난망하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지난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급격히 커지고 있다.
추 장관은 3일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끝난 국감 이후 일선 검찰청을 돌고 있는 윤 총장의 행보를 '정치적 행동'으로 판단하고 문제라고 못 박았다.
윤 총장은 지난달 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했던 전국 지방검찰청 순시를 재개했다. 이 과정에서 대전고검, 대전지검 간담회에서 이두봉 대전지검장, 이복현 형사3부 부장검사, 양석조 대전고검 검사 등을 만났다. 초임 부장검사 대상 교육이 열린 진천 법무연수원에는 한동훈 검사장이 근무하고 있다. 일각에선 윤 총장이 이 과정에서 측근들과 재회하며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무엇보다 추 장관은 온라인을 통한 일선 검사들의 반발을 일부의 문제로 봤다.
최근 추 장관이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 남발 등을 비판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에 대해 “커밍아웃해주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공개 저격하면서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나도 커밍아웃하겠다”며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는 약 300개에 달하는 지지 댓글이 달렸다.
추 장관은 “대다수의 일선 검사들이 묵묵히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담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했다.
추 장관은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윤 총장은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추 장관을 의식한 듯한 우회적인 발언으로 맞서고 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입장 발표가 있던 날 오후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부장검사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강연을 했다. 추 장관의 비판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검찰개혁의 비전과 목표는 형사법 집행 과정에서 공정과 평등을 보장하는 것이고 살아있는 권력 등 사회적 강자의 범죄를 엄벌해 국민의 검찰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검찰이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을 강조한 통상적인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추 장관의 두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과 여권의 사퇴 압박 등을 고려하면 윤 총장의 반격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마찰이 검찰은 물론 우리나라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이 특정 사건에 대해 직접 지시를 내린다는 것은 법치주의에 맞지 않는 행동으로 보인다"며 "결국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린데 검찰총장을 배제하고 직접 특정 사건에 영향을 행사할 경우 검사가 법에 따른 소송수행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정권의 필요 때문에 검찰을 바꾸려고 하고, 검찰은 다음 정권을 대비해 버티는 것 아니겠냐"며 "법리가 아닌 이해관계에 따라 검찰이 움직이는 게 아닌지 의심하는 의뢰인들도 있다"고 불편한 시각을 드러냈다.
검찰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추 장관이 개혁의 당위성을 위해 검찰 조직을 계속 비판하면 일선 검사들의 사기가 꺾일 수밖에 없다"면서 "검찰 내부망에 의사를 표시한 검사들만 불만이 있다고 잘라 말하면 안된다. 뜻을 같이하지만 공개적으로 나타내지 않는 검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만은 있지만 검찰 조직의 분열을 원치 않기 때문에 참는 검사들도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