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교통약자법 제정…완전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아직 멀어
"장애인 이동권이 해결되지 않으면 휠체어 탄 장애인이 사회의 일원으로 사회 활동과 경제 활동을 할 수 없어요. 우리 사회와 경제에도 더 손해에요. 나라 입장에서도 세금을 내는 사람이 좋지 세금을 받아서 쓰는 사람이 많은 게 좋겠어요?" - 장애인 유튜버 함정균 씨
30년 넘게 목소리를 높이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이동권'이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건 1980년대 말이었다. 88올림픽 전후로 화장실, 경사로 등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이 문제로 지적됐다,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말이 언론에 처음 등장한 건 1994년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이동권에 대한 인식은 현저히 낮았다.
이동권 문제가 대중에 널리 알려진 건 2001년 서울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 사고였다. 장애인 노부부가 수직형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다 철심이 끊어져 추락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전국 65개 단체가 모여 장애인 이동권 연대를 결성하고 본격적으로 이동권 요구에 나섰다.
장애인들은 엘리베이터 설치와 저상버스 보급 등을 촉구하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했다. 피켓을 들고 머리띠를 둘러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장애인들은 선로에 드러눕고, 버스를 점령하고, 광화문 이순신 동상 위에 올라갔다.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해 39일간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 결과,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서울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저상버스를 도입하기로 약속했다. 2003년에는 장애인 콜택시가 도입됐고 2005년에는 장애인 이동권을 법률로 명시한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아직 장애인 이동권이 갈 길은 멀다. 서울시장이 저상버스 보급 도입을 약속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서울 저상버스 보급률은 절반(54.6%)을 겨우 넘는다. 그나마 서울의 경우 상황이 나은 편이다.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자체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10~30%대에 머무른다. 보급률이 가장 낮은 충남의 경우 10%에 불과하다.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 역시 지자체별로 수급 현황이 달라 교통 격차가 큰 상황이다.
저상버스가 있어도 실질적인 관리가 부족해 타지 못한 예도 있다. 장애인 유튜버 함정균 씨는 "성남에서 마을버스의 전 노선이 저상버스여서 신기한 마음에 타려 했지만, 모든 버스의 슬로프가 고장이 나 타지 못한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스스로 여행 유튜버라고 말하는 함정균 씨는 휠체어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영상으로 담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함박TV'라는 채널을 운영하며 지하철 내 엘리베이터의 위치나 휠체어를 탄 채 저상버스에 오른 과정을 보여준다. 함정균 씨는 "내 영상을 보고 용기를 얻어 밖으로 나서게 됐다는 장애인들의 댓글을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교통수단만이 문제는 아니다. 함정균 씨는 가게나 식당 등을 방문할 때 접근성 역시 장애인 이동권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건물의 기단이 높아 휠체어가 오를 수 없거나 슬로프 없이 계단만 있는 경우 등이다. 함정균 씨는 "하다못해 문 역시 자동문이 아니면 반드시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또 "가게 세입자가 슬로프를 설치하고 싶어도 건물주가 반대해 설치하지 못하는 경우를 봤다"며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현실을 꼬집었다.
아울러 함정균 씨는 이동권 문제가 장애인과 교통약자의 권리 보장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휠체어 탄 장애인이 사회 복귀를 해서 사회 일원이 되고 경제 활동을 하면 우리 사회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며 우리 사회가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