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의 한 '감나무집'은 행복한 소리들로 가득찼다. 흰색 외벽으로 된 집으로 촬영 장비들이 들어가고 안과 밖을 분주히 돌아다니던 사람들은 이내 '하하호호' 웃음을 지으며 대화를 나눴다. 근처를 지나던 사람들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한참 동안 머무르며 이러한 광경을 지켜봤다.
한바탕 북새통을 이룬 이곳은 서계동 거점시설 '감나무집'이다. 이날은 중림ㆍ만리동 맛집 셰프가 주민들과 함께 식당의 대표 메뉴를 함께 만들어보는 ‘시그니처 푸드쇼’를 촬영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였다. ‘2020 서울로 잇다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일인 만큼 서울역 일대 도지새쟁 지원센터 코디네이터가 나와 현장을 지켜봤다.
'감나무집'은 이 동네 도시재생을 상징하는 거점시설이다. 동네 주민들은 이곳에서 만나 소통하는 동시에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동네가 예전보다 활기가 돈다"고 입을 모았다.
중림동에 사는 문양덕(69) 씨는 "문만 닫고 살아 적막했는데 감나무집이 생기고 행사를 하니까 궁금증이 생겨 오늘 참여하게 됐다"며 "내부 곳곳을 살핀 건 오늘이 처음인데 아늑하고 참 좋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촬영을 위해 46년 만에 화장했다며 설렌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 거점시설은 '자연'을 품은 도시를 주민에게 선사했다. 거점시설 한쪽에 조성된 작은 고구마밭과 풀들은 자연을 보고 자란 노인들에게 옛 기억을 소환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김상복(59) 씨는 "시골에서 재배하는 것처럼 작두콩 차를 자연적으로 말려서 키우고 고구마도 재배할 수 있다"며 "고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거점시설이 생기면서 동네 사람들 모임도 늘어나고 얼굴도 익히면서 친근감이 부쩍 늘었다"고 덧붙였다.
거점시설에서 열리는 행사는 젊은 층에도 뜻깊다. 평소 교류할 일이 없는 어르신들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 '이웃'을 사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열린 푸드쇼에는 동네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셰프가 참석해 가게뿐 아니라 지역 상권을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만리동에서 수제 맥주 가게를 운영하는 김솔빈(35) 씨는 "처음이라 부담은 되지만 거리를 알리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주민을 직접 만날 기회가 없다"며 "동네 주민과 소통하고 알아갈 수 있는 자리"라며 밝게 웃었다.
도시재생을 지원하는 코디네이터들 역시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도시와 공간을 구성하고 살아가는 건 지역주민, 즉 사람이기 때문이다.
윤민영 코디네이터는 "보통 도시를 계획하면 공간을 생각하지만 중요한 건 사람"이라며 "사람들이 활동하고 의미를 만들어가는 장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래야만 공동체도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