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이용한 불법 여론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함상훈 부장판사)는 6일 김 지사의 댓글 조작(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됐다.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던 김 지사는 이날 실형이 선고됐으나 법정에서 구속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현재 공직에 있고 지금까지 공판에 성실히 참여했다"며 "도주하거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전혀 없다고 생각해 보석을 취소할 일은 아니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일명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 무렵부터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으로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6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주요 포털사이트의 댓글 118만8000여 개의 공감·비공감 수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허익범 특별검사팀(특검)은 2016년 11월 9일이 김 지사가 댓글 작업에 공모한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가 드루킹이 소속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경기도 파주 사무실(산채)을 찾아 오후 8시 7분경부터 23분까지 킹크랩(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시연을 직접 본 뒤 최종적으로 범행 추진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이 수작업으로 댓글에 공감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작업하는 줄 알았을 뿐 조작 프로그램의 존재를 몰랐다고 맞서왔다.
법원은 김 지사가 이날 산채에서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참관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 지사 방문 직전에 최종 수정 후 인쇄된 '201611 온라인 정보보고', '킹크랩 프로토타입 네이버 접속 로그 기록', 킹크랩 기능 보고 취지의 문구가 적힌 '1120 피드백 문서' 등 증거를 유죄 판단의 근거로 내세웠다.
재판부는 "김동원 씨가 옥중노트에 쓴 브리핑 및 시연 관련해 객관적 증거들이 나왔는데, 모든 증거가 예외 없이 2016년 11월 9일 피고인이 산채를 방문한 시간대로 좁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동원 씨와 킹크랩 개발자 우경민·양상현 씨가 서로 입을 맞춰 허위 진술을 한 사실은 있지만, 이를 탓하고 진술 전체를 없는 것으로 돌리는 판단은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 재판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씨는 옥중노트에 '김 지사가 2번째 산채를 방문한 날(2016년 11월 9일) 강의장에서 브리핑함', '우경민에게 프로토타입 가져와서 구동해 김 의원에게 보여주라고 지시함'이라고 기재했다. 당시 김 씨가 김 지사 방문일을 2016년 10월이라고 적었다.
이와 관련해서 재판부는 "김 지사 방문 당시 있었던 일에만 착안해 자신의 기억을 떠올려 시연했다고 기재한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본 이상 피고인의 묵인 아래에 그러한 일이 벌어졌다고밖에 볼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민주 사회는 공정한 여론 형성이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조직적인 댓글 부대 활용을 용인한다는 것은 존경받아야 할 정치인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2017년 대선 후 드루킹과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하기로 하고, 같은 해 말 드루킹에게 도두형 변호사의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과 관련해'라는 문구는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당선 또는 낙선시키고자 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특검의 공소사실에는 '지방선거'라는 특정한 선거만 있을 뿐 특정 후보는 없어 유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센다이 총영사직 제안이 대선과 관련한 금품 제공 의사표시라고 보기에는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 지방선거와 연결해 기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제안 시기와 관련자 진술을 보면 모두 대선과 관련한 보상이라고 이야기할 뿐 지방선거와 관련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판결 선고 이후 법정을 나선 김 지사는 "법원의 판단은 존중한다. 하지만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다. 진실의 절반만 밝혀진 셈이다"라며 "나머지 진실의 절반은 즉시 상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가 로그 기록을 포함한 다양하게 제시된 입증 자료들을 충분한 감정 없이 유죄로 판결한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절반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흔들림 없이 도정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