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공급 증가의 파급효과와 코로나19 경제위기' 보고서
기준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한 경제정책의 공급 측 파급효과가 과거보다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요 확대는 곧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공급이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주택시장과 수요보다 경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면·밀집활동 관련 서비스업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표한 ‘통화 공급 증가의 파급효과와 코로나19 경제위기(정대희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올해 통화량은 한국은행의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82조 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등 적극적인 통화·재정정책에 따라 급증세다. 전년 동기 대비로 1분기 8.1%, 2분기에는 9.7% 늘었다. 3분기에는 8월 현재 9.5% 증가했다. 주체별로는 기업부문에서 1분기 10.0%, 2분기 16.1%, 8월 15.6% 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일반적인 통화량 확대는 수요를 늘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KDI의 실증분석 결과, 통화량이 1.0% 증가할 때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는 8분기에 걸쳐 0.5%, 주택가격은 4분기에 걸쳐 0.9%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생산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유의미한 증대 효과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량 1.0% 증가 시 GDP는 3분기에 걸쳐 최대 0.5%까지 증가했다. 이는 경제정책 효과만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하락을 완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서비스업과 주택시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동반하는 코로나19는 대면·밀집활동 관련 서비스업의 공급을 제약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KDI는 “당분간 코로나19에 대응한 방역정책이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총수요 정책만으로는 대면·밀집활동 관련 서비스업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대면·밀집활동 관련 서비스업의 사업조정을 지원하고 고용충격을 완충하기 위한 재정지원을 계속하는 등 재정의 소득재분배 역할에 더욱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택시장은 수요 확대에 맞춰 탄력적으로 공급이 확대되기 어렵다. KDI는 “통과 공급 확대로 나타날 수 있는 특정 부문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공급 확대를 제약하는 정책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정부의 주택시장 정책은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동시 인상과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 등) 지정, 재개발·재건축 제한 등 수요와 공급을 모두 제한하는 방향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 연구위원은 “거시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유동성이 주택가격의 상승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존재한다”며 “(다만) 통화량이 많이 증가하더라도 다른 주택가격 하방압력이 존재할 수 있고, 그 요인이 유동성 때문에 증가하는 압력을 상쇄할 정도로 크다면 주택가격은 더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