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꼬리잡기] 한복·아리랑은 중국 문화?…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논란

입력 2020-11-10 18:26수정 2020-11-1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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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아리랑, 예능·드라마에서 중국 고유문화로 둔갑
조선족의 문화를 중국의 역사로 여기는 '중화사상'이 원인
전문가들,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촉구

중국에서 한복·아리랑 등 한국의 문화를 중국의 고유문화로 둔갑시키려는 일들이 발생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의 문화를 중국 내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문화로 여겨 중국 자체의 문화로 주장하는 등 이른바 '문화 동북공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페이퍼게임즈의 모바일게임 '샤이닝니키'는 한복에 관한 논란을 빚고 한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출처=샤이닝니키 홈페이지)

최근 페이퍼게임즈의 모바일게임 '샤이닝니키'는 한복에 관한 논란을 빚고 한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게임상에서 한복을 한국의 전통 의상이라고 소개한 데 대해 중국 네티즌들이 항의하자 한국 서버에서 철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샤이닝니키는 지난달 27일 중국 기업인 페이퍼게임즈에서 출시한 스타일링(옷 입히기) 게임이다. 게임에서는 한국 출시를 기념해 게임 의상으로 '한복'을 선보였고, 이를 한국의 전통 의상으로 등장시켰다. 그러나 중국 네티즌들은 해당 의상이 한복이 아닌 중국 명나라 시대 때의 의상인 '한푸'(漢服)라며 항의했다.

중국 네티즌의 반발에 페이퍼게임즈는 결국 5일 오후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한국판 서비스 종료를 공지했다. 페이퍼게임즈 측은 "페이퍼게임즈는 중국 게임사로 국가 존엄성 수호를 위해 한국판 서비스를 종료한다"며 "11월 6일부터 게임 다운로드와 결제가 차단되며 12월 9일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샤이닝니키 사태와 관련해 한국 네티즌들은 '한복도 중국 것이라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고, 트위터에서 '한복은 한국 전통 의상'이라는 메시지를 확산시키는 '한복 챌린지' 운동을 시작했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한복은 중국 명나라 의상에서 유래했다", "한국은 중국 문화를 표절하지 말라"고 주장하며 똑같은 해시태그를 달아 퍼뜨리는 방식으로 맞받아쳤다.

▲최근 시즌3까지 방송 중인 중국 동영상 사이트 유쿠의 댄스 예능 '저취시가무'에서도 한복처럼 보이는 의상을 입고 한글 가사로 된 아리랑에 맞춰 부채춤을 추는 장면이 '조선족의 문화'로 등장해 논란이 됐다. (출처=저취시가무 영상 캡처)

동북공정 논란, 처음 아냐…조선족의 문화를 중국의 역사로 여겨

우리나라 전통의 문화를 중국의 문화로 둔갑시키려는 '문화 동북공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이란 중국 국경 안에서 벌어진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중국이 대대적으로 추진한 연구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최근 우리나라와 유사한 문화를 가진 조선족 자치주의 문화를 중국 고유의 문화로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이 동북공정의 일종이 아닐까 하는 네티즌의 반발을 낳고 있다.

실제로 2011년 중국은 "조선족이 중국의 소수민족이므로 이들이 부르는 노래 '아리랑'도 중국의 문화다"라며 연변 조선족자치주의 아리랑을 중국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시도했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가 2012년 아리랑을 유네스코에 먼저 등재 신청했고 아리랑은 우리나라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다.

최근 시즌3까지 방송 중인 중국 동영상 사이트 유쿠의 댄스 예능 '저취시가무'(Street dance of China)에서도 한복처럼 보이는 의상을 입고 한글 가사로 된 아리랑에 맞춰 부채춤을 추는 장면이 '조선족의 문화'로 등장해 논란이 됐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TV의 노래경연 프로그램 '과계가왕(跨界歌王)'에서는 두 남녀 출연자가 한국 동요인 '반달'을 조선족의 민요로 소개하고 편곡해 부르기도 했다.

현 상황에 대해 조법종 우석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는 "중국은 다민족국가이면서도 개별 민족의 존재를 인정하는 미국 등과 달리, 한족을 비롯한 56개의 민족을 다 합쳐서 '중화민족'이라는 포괄적 개념으로 수렴시켜놨다"며 "조선족의 문화도 한국의 문화와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중화민족의 문화라는 논리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공산당 청년조직 공청단중앙이 현 문제에 개입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큰 틀에서의 논의나 합의 없이 이런 일들이 진행될 수 없다. 모든 것이 공산당에 의해 통제·조절되는 일당독재 사회에서 현 사태는 사전·사후에 다 협의가 이뤄져서 나온 내용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TV의 노래경연 프로그램 '과계가왕(跨界歌王)'에서는 두 남녀 출연자가 한국 동요인 '반달'을 조선족의 민요로 소개하고 편곡해 부르기도 했다. (출처=China BeijingTV Official Channel 캡처)

전문가들,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촉구…"발 빠르게 움직여야"

중국 내에 자문화 중심적인 태도가 만연하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특히 이 상황을 단순히 민간 차원에서 벌어지는 설전으로 보기보다는 역사 왜곡을 막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객관적으로 다른 나라의 역사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하는데 중화민족의 시선에서만 바라보고 재단하려는 것"이라며 "다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먼저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리랑을 유네스코에 등재한 사례처럼 중국이 움직이기 전에 발 빠르게 움직여서 정부가 민간과 힘을 모아 대한민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중국의 잘못된 애국주의가 문제가 될 땐 정부 차원에서 논평을 내는 등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법종 교수도 "우리 정부가 중국에 대한 스탠스를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현 사태에 대해 문제를 야기하는 것보다는 중국의 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우리 자체의 논리와 개념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사례별로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우리가 가진 고유 민족의 문화 논리를 더 발전시키고 확대해서 중국의 논리 자체가 허무맹랑하다는 식으로 대응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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