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당국 “정당화할 수 없는 비겁한 공격” 규탄
잇단 테러에 유럽·이슬람권 긴장 고조
1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서부의 홍해 연안 항구도시 제다에 있는 한 비무슬림(비이슬람교도) 공동묘지에서는 이날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한 연례행사가 개최됐다. 사우디 주재 프랑스 대사관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영국과 프랑스, 그리스 등 유럽연합(EU) 회원국 외교관들이 자리했는데, 행사가 진행되던 도중에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4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프랑스 당국은 이를 급조폭발물(IED)을 이용한 폭탄 공격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당화할 수 없는 비열한 공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프랑스 외교부는 “오늘 아침 제다의 비무슬림 공동묘지에서 제1차 세계 대전 종전을 기념한 연례행사가 진행되고 있을 때 사제폭탄 공격이 있었다”며 “프랑스는 이 비겁하고 정당하지 않은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용의자나 피해자들의 신원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사우디 경찰이 현장에서 폭탄을 던진 한 남성을 붙잡았으며, 이번 사건을 테러로 추정해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다에서는 2주 전인 10월 말에도 테러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앞서 제다에 위치한 프랑스 영사관에서는 지난달 29일 사우디인 남성이 경비원을 습격, 흉기로 찌른 사건이 있었다.
특히 이번 사건은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등 유럽 내 테러가 잇따르던 상황에서 일어났으며, 가뜩이나 벌어진 유럽과 이슬람권의 사이를 더 벌려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16일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기 위해 샤를리에브도의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 풍자만화를 수업에서 사용한 중학교 역사 교사가 이슬람 극단주의 청년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무함마드에 대한 풍자도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고 옹호했는데, 이는 무함마드에 대한 묘사나 풍자가 금기시된 이슬람권 국가들의 반발을 샀다. 이날 폭발 사고가 일어난 사우디 역시 이슬람 종주국을 자처하는 곳으로, 프랑스에 대한 반감이 고조됐던 상황이다.
유럽 내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테러가 뒤따랐다. 지난달 29일에는 북아프리카 튀니지 출신의 용의자가 프랑스 남부의 니스 노트르담 대성당 안에서 흉기를 휘둘러 3명이 목숨을 잃은 테러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달 2일에는 오스트리아 빈 도심 6곳에서 일어난 잇따른 총격 사건으로 인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