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의 앤트그룹 IPO 무산 영향도
중국 알리바바그룹홀딩이 ‘광군제(싱글데이)’ 쇼핑 축제 기간에 83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리고도 웃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시가총액 약 70조 원이 날아간 탓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과 자회사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 무기한 연기가 발목을 잡았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올해 광군제에 역대 최고인 740억 달러(약 82조4878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광군제는 1차(1~3일), 2차(11일) 두 번에 걸쳐 진행한 ‘더블데이’였던 만큼 매출 규모도 지난해(371억 달러)의 2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11월 11일 하루 매출만 집계한 반면 올해는 1일부터 11일까지를 모두 합산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그럼에도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소비자들이 식료품부터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보복소비’를 한 영향이 컸다. 광군제 덕에 알리바바 경쟁업체인 징둥닷컴도 같은 기간 매출이 409억6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런 놀라운 실적에도 불구하고 이날 홍콩증시에서 알리바바의 주가는 9.8% 급락하며 시총도 4869억 홍콩달러(약 70조 원) 넘게 증발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정부가 대형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반독점 규제 초안을 발표한 까닭이다. 규제당국은 지난주 상거래, 인터넷, 세금과 관련된 부처들을 불러모아 27개 온라인 플랫폼 업체에 대한 규제 방안을 논의했다. 여기에는 알리바바를 비롯해 텐센트와 바이두, 핀두오두오 등 대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당국은 전자상거래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의 독과점을 줄이면 공정한 시장 경쟁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CNN은 “규제당국이 단속 시그널을 보내자 알리바바와 징둥, 텐센트, 메이퇀디엔핑 등 4개의 중국 기술주에서 총 255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정부 지침은 아직 초안이지만, 규제 범위가 명확해질 때까지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 참가자들 역시 규제 당국의 발표를 부정적으로 봤다.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보고서에서 “규제 지침이 보다 엄격하게 마련될 경우, 상거래에서 이들 대기업의 협상 능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알리바바가 다른 업체에 비해 타격이 더 클 수 있다고 전했다. 알리바바는 상대적으로 소비자 개개인에 타깃팅된 제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규제 지침 하에서는 해당 기능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의 주가가 휘청인 또 다른 이유는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의 상장 무산과 관련 있다.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은 지난달 24일 상하이 와이탄금융서밋 기조연설에서 중국 규제당국과 은행권의 역할론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 이후 규제 당국의 임원진 호출과 함께 앤트그룹이 IPO를 무기한 연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마윈이 중국 정부에 밉보인 게 아니냐는 우려가 시장에 번지면서 알리바바의 주가에 하락 압력을 주고 있다. 앤트그룹이 상장 연기를 발표한 날 알리바바 주가는 8.13%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