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노사균형,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주제 세미나 개최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해 사용자 대항권의 기능이 상실된 상태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입법될 경우 노사간 힘의 불균형은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노사균형,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를 주제로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
배상근 한경연 전무는 개회사를 통해 “노사관계의 균형을 위한 제도 정비작업 없이 일방적으로 노조의 단결권만 강화할 경우 노동시장이 더욱 경직화될 수 있다”며 “협력적 노사관계는 노(勞)와 사(使)의 선의가 아닌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어 있을 때 달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김희성 강원대 교수가 ‘ILO협약 비준과 사용자대항권 보완’ 을 주제로 발제했고, 패널토론에는 김영문 전북대 교수를 좌장으로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 조영길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대표, 최홍기 고려대 노동사회법센터 전임연구원이 참여했다.
김희성 교수는 “현행 노조법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대항행위로 조업을 중단하는 직장폐쇄와 노조의 사업장 점거를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적·병존적 직장점거의 금지만을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용자의 직장폐쇄가 파업에 대한 대항행위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노조의 직장점거에 대체근로도 할 수 없어 노조의 부당한 요구까지 들어주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는 이러한 노사관계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ILO협약을 수용하는 노조법 개정을 강행하려고 하고 있어 부작용이 심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교수는 직장폐쇄가 어려운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이 허용하고 있는 대체근로도 전면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대체근로 금지규정이 아예 없거나, 파견근로자나 단기근로자에 한정해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반면, 한국은 대체근로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결국 산업현장에서 쟁의 발생 시 노사교섭력의 균형을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기업이 인력대체 내지 수급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게 과잉 제한하는 법률은 ‘누구를 어떠한 조건에서 사용하고 고용할 것인지’에 관해 스스로 결정하는 사용자의 자유를 박탈함으로써 직업선택·기업경영의 자유와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쟁의행위로서의 수단인 직장점거는 파업에 참가한 근로자가 사용자의 의사나 요구에 반해 사업장에 머무르는 것으로, 쟁의행위에 참여하지 않는 근로자의 근로의사를 침해해 헌법상 보장된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성실교섭의무에 대해서도 이 의무가 노사 양측에 부과되는 것이지만 노조의 성실교섭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아무런 벌칙을 두고 있지 않은 반면, 사용자의 성실교섭의무 위반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서 처벌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조는 부당노동행위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무관하게 이 처벌조항을 사용자를 압박하는 도구로서 활용돼 왔다”며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조항 역시 곧바로 형벌의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어 과잉금지원칙 중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기조발제에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도 노사균형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는 “쟁의 시 대체근로와 도급을 금지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노사간 무기대등의 원칙에 입각해 대체근로 허용, 직장점거 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영길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대표는 “전임자 급여지급 조항과 급여지급을 위한 쟁의행위 금지 조항을 삭제하면 어렵게 도입된 근로시간 면제제도가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홍기 고려대 노동사회법센터 전임연구원은 “파업 찬반투표에 대한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1회의 찬반투표를 수차례의 쟁의행위 근거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파업기간과 손해 예측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유효기간을 합리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