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말씀은 정부 의지를 표현하는 원칙적인 말씀이라 생각한다. 전국 주택 가격을 한 가지 방향으로 가져가는 건 가능하지 않다."
최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 방송에서 한 발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임 초 수준으로 부동산 가격을 원상회복하겠다고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나온 답이다. 돌려 돌려 말했지만 결국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3년여간 문 정부의 규제 질주가 남긴 건 집값 폭등이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분석 결과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올해 5월 서울 집값은 45.5% 상승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주 내놓은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3년간 58% 치솟았다. 스무번 넘게 나온 대책이 모두 헛물만 켠 셈이다. 올해 초 '집값을 원상회복시키겠다'던 문 대통령의 발언은 결국 막연하고 황당한 공수표였다.
현 정부 아래 수많은 사람들의 내 집 마련 계획들이 뒤틀렸다.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말을 믿고 매수를 미루던 사람들은 점 찍었던 집들이 두 배 가까이 치솟는 것을 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설상가상으로 임대차법이 전세시장마저 흔들었다. 2개월이면 임대차법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갔다. 정부는 자신들이 속전속결로 시행한 임대차법의 후폭풍을 진정시키려 대책을 또 준비 중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는 의도는 선했다. 누구도 이견이 없을 거다. 그러나 어설픈 대책들이 얼기설기 얽혀 집값은 불안해졌고, 정책을 만든 이들은 현실 외면과 수습에 여념이 없다. 잘못된 진단과 과도한 규제, 빗나간 예측으로 최악의 결과에 도달했던 로베스피에르의 우유정책 실패의 전철을 왜 20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봐야 할까.
근본적 궤도 수정은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정부가 조만간 꺼내들 전세대책만은 마른수건 짜내 듯 쥐어 짤지언정 제발 세심함과 혜안이 녹아든 정책이길 기대한다. 또 헛물 켠 누더기 대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지 않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