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밀 알 바가위 사우디 아람코 수석 엔지니어
문명 발생 초기부터 인류는 ‘무언가를 짓는’ 존재였다. 인류는 돌과 강철을 소재로 만들어진 유산들을 후세에 전해왔지만, 한편으로 인류의 지속적인 무언가를 짓는 노력은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했다.
국제에너지기구가 2019년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전 세계 건물들과 건설 부문이 최종 에너지 사용량에서 차지한 비중은 36%이고 에너지와 프로세스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 비중은 39%로 나타났다.
이 이산화탄소 배출 비중 39% 중 11%는 강철, 시멘트, 유리 등의 건설용 소재 제작 과정에서 발생했다. 2050년까지 전 세계 건설용 소재 재고가 두 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설 부문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노력이 중요하다. 전통적인 소재와 성능은 같지만, 더 친환경적인 대체 소재 개발이 필요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행스럽게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은 존재한다. 석유화학공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비금속 소재(non-metallic)가 미래의 건설용 소재가 될 수 있다. 아람코는 파이프라인 건설 시 기존의 탄소강 대신 유리섬유강화 열가소성 수지를 사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30% 이상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아람코는 비금속 소재가 건설부문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아람코는 탄소순환경제(circular carbon economy)에 대한 노력의 일환으로 비금속 소재 활용 방안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금속 소재를 활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환경적인 이점은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만 그치지 않고 물 사용량을 줄여 지구의 담수(淡水) 자원 부족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2012년 기준 전 세계 콘크리트 생산이 산업용 취수의 9%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이 기술이 건설 부문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콘크리트 혼합과 양생에 매년 100억㎥의 담수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금속 소재의 이점은 이런 환경적인 측면을 넘어 사회기반시설과 건물의 수명 연장에도 도움이 된다. 전통적인 강철과는 달리 폴리머 보강근은 부식에 강하다. 세계부식협회(World Corrosion Organization)에 따르면 부식은 전 세계 경제에 매년 2조 달러의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금속소재는 절연 기능도 있어 건물의 에너지 절약에도 도움이 되고 고속도로의 아스팔트 재료로 사용될 경우 내구성도 증대시킨다.
석유 기반 건설용 소재 이용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디벨로퍼들은 비금속 소재의 장기적인 원가 절감, 더 긴 라이프사이클 그리고 낮은 유지비용 등의 장점이 있음에도 높은 초기 투자 비용을 상쇄하지 못해 건설 현장에 적용하지 않았다. 또한, 제한된 공급량, 활용 가이드라인 부재 등의 요인들도 비금속 소재가 건설 현장에 활용되는데 걸림돌로 작용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이 더 뛰어난 소재들에 대한 수요로 비금속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여러 산업부문에 새로운 솔루션들을 만들어 내고 있고 전통적인 소재와 대체 복합소재 간 가격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아람코는 이런 콘셉트를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하고 있다. 강철 대신 유리섬유강화 폴리머 합성 콘크리트 보강근을 세계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에 적용했다. 비금속 소재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로 아람코는 베이커휴즈(Baker Hughes)와 사우디아라비아 내 비금속소재 합작공장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등과 같은 파트너십 구축과 관련 연구개발 등도 지원하고 있다.
석조에서 콘크리트로, 유리에서 강철까지, 인류가 사용하는 건설용 소재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별 특징을 대변해 왔다는 점에서 인류가 이룬 진보는 건설부문의 여러 혁신사례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 석유 기반의 비금속 건설용 소재 역시 현세대뿐만 아니라 향후 세대가 맞이하게 될 주요 도전과제들을 해결해 낼 잠재력이 있는 중요한 역사적 진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