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원론적 답만… “중대재해법, 소관 상임위 심의로”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 “당론 채택 위한 교란·이중플레이용”
국민의힘도 미온적… 중소기업계 만나 “현장 수렴해 입법 대응”
더불어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에 사실상 발 빼는 모습을 나타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철민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당론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모이는 추세다. 이에 정의당과 노동계는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대재해법 제정에 힘을 모을 것으로 보였던 국민의힘도 한발 물러서자 정의당만 난처한 상황이 됐다.
장철민 의원은 16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안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경영책임자의 안전과 보건 의무를 강화해 벌금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장 의원은 “다수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경제적 제재 성격의 과징금을 부과해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도록 개정안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이낙연 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당시 공언한 것처럼 중대재해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모양새였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기업의 반발을 우려해 산안법을 개정하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나왔다.
이후 이 대표가 중대재해법 당론 채택이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말해 중대재해법으로 다시 뜻을 모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날 장 의원의 산안법 개정안 발의를 비롯해 당 정책위에서도 산안법으로 당론이 기울었다는 말이 나왔다. 이 대표도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중대재해법과 공정경제 3법도 이번에 처리한다는 우리 원칙을 지키며 소관 상임위 심의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발언만 내놓았다.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해온 정의당과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산안법은 중대재해법과 달리 처벌이 약해 원청과 기업 경영자가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경영책임자 처벌조항도 아예 없고 개인의 경우 (벌금을) 450만 원에서 겨우 50만 원 올려놓고 법인은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1000만 원 올려놨다”며 “사람 목숨값 갖고 장난하는 거냐”고 민주당의 산안법 개정안을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또 “하나 마나 한 법안을 발의했다”며 “당론 채택을 위한 교란·이중플레이용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재해법을 제정하면 다 해결될 문제”라며 “집권 여당 대표의 발언은 대국민 약속 아니냐”고 덧붙였다.
민주노총·한국노총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도 이날 “노동자와 시민을 우롱하는 장 의원의 산안법 개정안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산안법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당론 채택과 초당적 협력으로 중대재해법을 즉각 제정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당론을 묻는 말에 “아직 정해진 바가 없어 기다려봐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중소기업계를 만나 중대재해법 제정을 막아달라는 요구에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입법 대응하겠다”고 답하며 중대재해법 처리에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당에서 중대재해법을 주도하던 임이자 의원 역시 예산 심사가 끝날 때까지 법안 발의를 잠정 보류했다.
이에 정의당은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 중대재해법 처리를 촉구할 전망이다. 정호진 대변인은 중대재해법 제정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내일 의총이 있어서 얘기해보고 대응을 어떻게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