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KT 체험매장'·SK텔레콤 '티팩토리'·LG유플러스 '일상비일상의틈'을 가봤다
이동통신 3사가 체험형 매장을 통해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나섰다. KT는 'KT 체험 매장', SK텔레콤은 'T Factory'(티 팩토리)를, LG유플러스는 '일상비일상의틈'을 오픈했다. 세 기업 모두 체험형 매장을 통해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약 70%가 스크린 스포츠, VR체험 등 체험형 여가 활동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독특한 경험·체험을 할 수 있으면 시간과 돈 등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도 약 50%에 달했다. 이런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이통 3사가 각자의 개성을 담아 매장을 만들었다.
과연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각사별 체험형 매장의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 기자가 직접 이통 3사 체험형 매장을 방문해 MZ세대의 마음을 훔치고자 마련한 각사별 콘텐츠를 직접 체험해봤다.
KT 체험 매장 가로수길 점은 가로수길 초입에 있었다. 신사역과도 3분 거리로 크게 멀지 않았다. 지리적 접근성이 좋았다. 매장에 들어가기 전 영화 ‘키싱부스2’의 포토존이 눈에 띄었다. 키싱부스2는 하이틴 로맨스 영화로 넷플릭스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는 영화다. 20·30 여성들의 눈길을 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나의 거실 같은 공간
매장에 들어가자 하나의 거실 같은 공간이 펼쳐졌다. 네온사인으로 ‘LIKE your HOME’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KT가 어떤 콘셉트로 매장을 만들었는지 문구 하나로 알 수 있었다. 한쪽에 놓여 있는 ‘기가지니’를 통해 KT의 IoT(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엿볼 수 있었다. 음성에 따라 ‘외출모드’, ‘영화모드’ 등의 명령을 인식했다. 말 한마디로 조명을 바꿔주기도 하고 넷플릭스까지 틀어준다는 점이 신기했다.
KT 매장은 전체적으로 아늑했다. 솔직히 혼자 있었다면 헤드폰을 끼고 한숨 푹 잔 다음에 나오고 싶었다. 거실처럼 꾸민 인테리어와 조명을 조절할 수 있는 것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내 방처럼 지내기엔 안성맞춤인 공간이었다. 잠깐 사진을 촬영하면서 조금 졸릴 정도로 마치 방 한켠에서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를 보면서 잠이 들 거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튼 '집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점이 고객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지영 KT 매장디자인팀 대리는 “직원이 고객에게 부담스럽게 다가가지 않는다”며 “고객에게 요청사항이나 질문이 있을 때만 직원이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직원이 손님에게 다가서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요즘 흐름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Super VR과 게임박스 체험
집 같은 공간에서 Super VR(가상현실)과 게임박스 체험도 할 수 있었다. Super VR은 KT의 가상현실 프로그램으로 VR 기기를 쓰자 은하수가 보였다. 그런 배경에서 리모컨을 조종하자 다양한 서비스가 펼쳐졌다. VR 화면이 아름답게 나와서 한번 만져봤다. 아쉽게도 그냥 현실 공간이었다. VR은 손동작이 아닌 리모컨을 통해 조종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저것 눌러보니까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영상을 틀 수 있었다. 가상현실이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게임박스는 KT의 구독형 게임 서비스로 약 110가지의 게임을 일정 금액 지불 시 이용할 수 있다. 아 물론 체험형 매장에선 전부 무료다. 나중에 가로수길에 놀러 갈 때 친구가 약속 시각이 되지 않아도 오지 않는다? 그러면 KT 체험 매장을 찾도록 하자. KT의 서비스를 체험할 겸, 기다리는 시간을 보낼 겸 말이다. 기자는 초등학생 때 오락실에서 맨날 100원 넣고 하던 메탈슬러그를 했다. 이게 오락실에서 조이스틱 돌리면서 하던 그때보다 조작감이 부드러웠다.
리얼큐브, 혼합현실(MR)은 어떨까?
기자가 KT 플래그십 매장에 오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리얼큐브라는 혼합현실(MR) 프로그램이었다. 리얼큐브는 현실 공간에서 반응형 기술과 동작 인식이 가능한 센서 등의 기술을 활용해 혼합현실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VR 기기나 AR 글래스 같은 별도의 장비 없이 가상 환경을 체험할 수 있다.
이에 기자는 직접 리얼큐브를 체험했다. 리얼큐브는 다양한 게임 콘텐츠로 구성돼 있었다. 김지영 대리는 "매장에 대기고객이 있을 때 체험할 수 있는 부스로 활용된다"고 했다. 옆에서 진행을 도와주던 매장 관계자가 "머리를 쓰는 걸 좋아하냐, 몸을 쓰는 걸 좋아하냐"고 물었다. 기자는 머리를 잘 쓰지 못하는 관계로 몸 쓰는 걸 하겠다고 했다. 조금 힘들 수 있다고 했는데, 막상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기자가 막대기나 공을 통해 대형 스크린을 건드리자 그 반응에 따라 화면도 바뀌는데 땀이 났다. 집에 닌텐도 위(Wii) 같은 게 없다면 이곳에서 MR(혼합현실) 기술을 체험하는 게 어떨까? 내 몸에 따라 반응하는 스크린은 아마 신기할 것이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는 다가오는 '2021년을 주도할 MZ세대 트렌드 키워드'로 ‘선한 오지랖’을 꼽았다. 선한 오지랖은 착할 선과 오지랖을 합친 합성어로 누구도 손해 입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선한 오지랖을 부리며 기업과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다.
이런 시장 변화에 대응한 것일까? KT는 아프리카 아동 후원 소셜브랜드 제리백과 협업해 ‘뉴노멀백’을 선보였다. 가방 1개 구매 시 1개는 우간다 아이들에게 기부되는 캠페인을 통해 단순히 체험형 매장뿐만 아니라 MZ세대의 트렌드까지 모두 잡은 매장이 아닐까 싶었다.
김지영 대리는 “KT의 유무선 체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곳으로 기획했고 MZ세대가 올 수 있는 가로수길이나 혜화 매장을 체험형 매장으로 꾸미게 됐다”고 밝혔다.
T Factory(티 팩토리)는 기술(Technology)과 미래(Tomorrow)가 생산되는 공간(Factory)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지점은 홍대입구역에서 3분 거리에 있었다. 자리를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에 한 번 콘셉트 바뀌는 ‘플렉스 스테이지’
안으로 들어가자 열 감지 센서를 통해 키오스크로 발열 체크를 했다.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처음 매장 방문 시 한 번만 얼굴을 등록하면 이후에 언제든 입장이 가능했다. 처음 눈길을 끈 건 플렉스 스테이지의 큰 게임 컨트롤러와 주변을 가득 메운 엑스박스 5GX 기반 콘솔 게임이었다. 티 팩토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업을 통해 게임 콘솔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티 팩토리 안내를 도와준 비아 크루원은 “플렉스 스테이지는 약 한 달에 한 번꼴로 공간의 쓰임새가 바뀐다”고 설명했다.
크루원과 게임 한 판을 해봤다. 때마침 두 명까지 플레이가 돼서 대형 스크린에서 게임을 플레이 했다. 아이언맨부터 헐크에 또 이름 모를 캐릭터까지… 다양한 캐릭터가 MZ세대의 마음도 사로잡겠구나 싶었다. 크루원이 친절하게 게임 조작법을 알려주니 설명에 따라 하길 바란다. 기자는 헐크를 골랐는데 졌다. 기술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또 많은 게임이 있었지만, 뭔가 구경할 게 많은 관계로 다음 기회에… 게임 할 줄 몰라도 크루원이 대기 중이니 모르는 게 있으면 꼭 질문하자.
플렉스 스테이지 주변에는 물건을 사지 않아도 앉아서 쉬고 브이컬러링·웨이브·비티비·플로원·스토어 북스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미디어라이브러리가 마련돼 있었다. '만약 홍대입구 인근에서 다리가 아프다', '혹은 친구가 약속 시각 30분을 기다렸는데 나타나지 않는다' 싶으면 이곳으로 도망치자.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고 다양한 미디어를 즐길 수 있다. 기자는 갈 길이 바쁘기에 앉지 않았다. 다만 나중에 친구가 약속에 늦는다면 앉아 있을 예정이다.
24시간 휴대전화 구매할 수 있는 ‘T Factory 24’
1층에서 특이한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비아 크루원은 “이곳의 결제는 모두 비대면 결제로 진행돼 상품 판매를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특이하게도 정말 주변엔 매장 내 바코드 등이 없었고 QR코드 등을 통해 간편 결제가 가능했다. 1층 입구에는 ‘T Factory 24’가 오픈돼 있어 다양한 기종의 휴대전화를 사용해 보거나, 그 체험을 바탕으로 휴대전화 자판기에서 휴대전화 구매가 가능했다. 24시간 운영 중이라고 하니 참고하자. 밤이 되면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휴대전화 체험을 한다는 후문을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온라인 소비가 증가하는 가운데, 오프라인 비대면 소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캐릭터 협업과 AR 사진촬영
1.5층엔 팩토리 가든(Factory Garden)이라는 자연친화카페가 있었다. 꼭 숲을 가지 않아도 도심 속의 자연이라는 콘셉트로 공간을 만들었기에 사진을 한 장 정도 건져도 나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도심 속 자연이 되게 좋았지만, 1층에 미디어 라이브러리가 있어서 아쉽지만, 포토존 형식으로만 사용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크루원과 2층으로 올라가자 카카오 캐릭터 죠르디와 아이폰 매대가 눈에 띄었다. 비아 크루원은 이곳이 ‘0 스테이지’라고 말했다. 0과 Young을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어 질문을 드렸는데 놀랍게도 실화였다.
0 스테이지에서 AR(증강현실)을 기반으로 사진을 찍었다. 기자의 몸이 가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각도로 이모지가 움직였다. MZ세대가 SNS를 많이 사용하는 것을 의식해서 인지는 몰라도 곳곳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돼 있었다. AR을 통해 이 각도 저 각도로 사진을 찍어보자 시간이 훅 갔다. 이모지는 기자가 거울을 바라보고 있을 때만 반응했다. 기자와 AR은 일종의 아이 콘택트를 한 것이다.
월 최대 500MB 주는 데이터 스테이션
마지막으로 데이터 스테이션을 살펴봤다. 데이터 스테이션은 만 14세 이상의 10대가 방문하면 월 500MB의 데이터를 무료로 충전할 수 있다. 다만, 기자와 크루원은 나이 제한으로 인해 그게 안 됐기에 사다리 타기를 통해 2000원 이용권을 받을 수 있었다. 솔직히 기자가 10대였다면, 매일 와서 데이터를 받으러 올 것 같았다. 지금은 데이터가 무제한이지만 10대 때는 공부한다, 뭐 한다 하면서 데이터에 제한을 받으니까.
티 팩토리는 다양한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콘셉트의 체험매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다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포토존이 마련돼 있고 여러 게임이나 데이터 스테이션 등을 통해 '고객이 체험공간을 지루해하지 않고 자주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LG유플러스의 '일상비일상의틈'은 강남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었다. 고객은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었고, 층마다 지향하는 콘셉트가 달랐다. 특이점은 LG라는 브랜드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MZ세대가 관심을 두는 ‘전시’, ‘카페’, ‘독립서점’, ‘사진’ 등의 콘텐츠를 제휴사에 맡겨 운영했다. 자사 기업의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 타 매장과 달리 오픈 이노베이션 공간으로써 강남에 자리를 잡았다.
AR·VR 기기 대여 및 체험 서비스
흥미를 끄는 것은 5층이었다. 넷플릭스 기반 문화예술 커뮤니티 ‘넷플연가’의 문화예술 커뮤니티를 참여하긴 어려웠지만, AI바리스타의 커피와 클라우드 게임, AR(증강현실)와 VR(가상현실), 아이패드 체험 등을 할 수 있었다. AR·VR 기기와 아이패드는 일상비일상의틈 내에서 1시간 동안 무료로 대여할 수 있었다.
기자는 그중에서 AR기기를 대여했다. 증강현실을 기기를 통해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기대감이 컸다. 실제로 AR기기를 착용하자 실제 눈앞에 익숙한 휴대전화 아이콘이 보였다. 함께 간 기자의 얼굴에 아이콘이 올라와 있었다. 아이콘은 리모컨을 통해 조절할 수 있었다. 해당 AR기기를 통해 영상이나 사진 등을 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5층에선 LG유플러스의 지포스나우를 기반으로 한 게임 체험 프로그램 등 넷플연가를 제외하고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포토스튜디오 ‘시현하다’와 다양한 포토존
4층에선 유명 포토스튜디오 ‘시현하다’를 만날 수 있었다. 미리 예약 등의 절차를 거치면 스튜디오 ‘시현하다’에서 프로필 촬영이 가능했다. 기자는 따로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에 그 옆에 전시관처럼 꾸며진 포토존을 방문했다. 포토존은 인생샷을 찍기에 굉장히 적합해 보였다. 기자는 인생샷을 건지고 싶어 사진을 찍었지만, 만족할 만한 사진은 좀체 나오지 않았다.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3층엔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이 있었다. 원래 해방촌에 있던 독립서점으로 이번 일상과비일상의틈에 새롭게 입점했다. MZ세대가 반응하는 ‘서점’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열게 된 스토리지북앤필름에선 다양한 책을 직접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개인적으로 책을 좋아해서 여러 책을 살펴봤다. 꽤 유명하다고 생각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도 보였다. 안에 몇몇 시민이 독서를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조용한 느낌이었다.
2층에선 한 때 SNS에서 많은 입소문을 탄 고성 카페 글라스하우스가 입점했다. 실제 LG유플러스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성 해변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글라스하우스의 느낌을 어떻게 재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코로나19 이후 못 가본 바다를 그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1층은 아이폰12와 같은 다양한 휴대전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휴식공간을 마련했다. 지하 1층에선 ‘나의 이름은’이라는 콘셉트로 반려견을 테마로 전시회가 열렸다. 반려견을 데려와서 함께 전시회를 구경할 수 있었다. 확실히 반려견을 테마로 전시한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각 층의 제휴사 입점 기간은 1년 단위로 바뀌게 된다. 체험부터 휴식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돼 있기에 'MZ세대가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해 놓은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남역 한복판에서 섬처럼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이라고 생각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일상비일상의틈은 MZ세대를 제대로 이해하고 소통해 미래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상품 판매 중심의 기존 매장과 다르게 대화와 공감에 최적화된 문화공간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MZ세대란?
MZ세대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뜻이다. 최신 유행을 잘 따르고 이색 경험을 즐기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 여러 IT 기기를 쉽게 다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