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미국식 주주자본주의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으로 한국에도 수입됐다. 그러나 많은 세계적 기업들은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돈을 벌면서도 국내 법망을 피해 수익을 대부분 본국으로 보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고배당’은 흔한 고전적 수법이다. 한국 법인이 자신들의 상호나 상표를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로열티(royalty)’를 챙겨가고, 기술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각종 사용료’를 뜯어가는 방법도 애용되고 있다. 기부 등 사회공헌활동에 소홀하고 제품 가격을 수시로 인상하면서 한국 시장을 마치 ‘봉’으로 여기는 듯한 모습이다. 외부감사와 공시를 피하고자 유한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외국계 기업에 대한 규제는커녕 제대로 세금조차 거두지 못하고 있다.
◇‘비상식적 고배당’은 고전 수법...로열티ㆍ가격 올리기 등=‘비상식적 고배당’은 역시 이미 잘 알려진 고전적 수법이다. 최근에 한국 법인은 자신들의 상호나 상표를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로열티’를 챙겨가거나 기술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각종 사용료’를 챙기는 수법을 애용한다. 기부 등 사회공헌활동에 소홀하고 제품 가격을 수시로 인상하는 행태도 잇따른다.
특히 대기업과 손잡은 일부 외국계 기업인 경우,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해외 본사에 고스란히 보내는 행태를 빈번히 일삼으면서 비난의 눈총을 사기도 한다. 특히 로열티나 기술자문료 등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기에 시장에선 법인세 차감 효과도 챙기면서 국부 유출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이 네슬레와 손잡고 만든 합작회사 롯데네슬레코리아는 적자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술도입료 명목으로 매년 수십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해외 본사로 보내기도 했다. 최근 3년간 회사는 2017년 49억 원, 2018년 43억 원, 2019년 41억 원씩 총 133억 원가량을 보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 규모는 252억 원에 육박한다.
올해 코로나 특수를 톡톡히 챙긴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도 마찬가지다. 회사는 국세청으로부터 특별한 경영 자문 용역을 제공하지도 않은 외국 모법인에 경영 자문료 명목으로 수백억 원을 지급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자회사는 적자를 내게 해 법인세를 내지 않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글로벌 동물영양전문 기업인 카길애그퓨리나는 지난해 특수관계자인 캔 테크놀로리지스(CAN Technologies, Inc.)에 기술자문료로 175억 332억 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78억1997만 원의 두 배가 넘는다.
한국하겐다즈는 하겐다즈인터내셔널쇼프 컴퍼니(Haagen-Dazs International Shoppe Company Inc.)에 8799만3000원의 상표사용료(지급수수료)를 냈다. 판매한 제품의 순매출 3%를 상표사용료로 주기로 한 프렌차이즈 계약을 맺은 데 따른 것이다.
담배 ‘말보로’ 및 전자담배 ‘아이코스’로 유명한 필립모리스의 한국 법인은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필립모리스 관계사로 보낸 로열티 금액은 2018년 485억 원에서 2019년 671억 원으로 38% 늘었다.
또한, 탈세 혐의뿐만 아니라 제품 가격을 수시로 인상하는 행태도 이어졌다. 한 외국계 기업의 국내 자회사는 한국 시장에서 자사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게 유지되자, 지속해서 여러 차례 가격을 올려 판매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에 내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외국 본사에서 수입하는 제품 가격 역시 지나치게 높게 책정(고가수입)하는 수법으로 국내 영업이익률을 낮추는 꼼수도 부렸다.
◇한국법인은 쌈짓돈=본국으로 유출하는 외국계 기업들의 ‘고배당’ 행태는 고전적 수법이다. 순이익과 맞먹는 금액을 배당으로 보낸 예도 있다.
6월 결산법인인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지난해 약 42억 원의 순손실을 내고도 프랑스 본사에 배당으로 보통주 15억8829만 원, 우선주 60억39만 원을 보냈다. 배당율은 각각 7588.6%, 7588.7%에 달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지난해 국내 신설법인인 드링스인터내셔널에 임페리얼 브랜드 판권을 매각하고, 직원을 구조조정 했다. 임페리얼 사업의 경영 실패 책임을 전적으로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남은 돈은 고스란히 본사로 가져간 것이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내 외국계 기업(공동지배 제외) 43곳을 분석한 결과, 외국계 기업의 배당 성향은 평균 80%대로 높았다. 지난해 43개 외국계 기업의 배당금 총액은 2조8287억 원으로 2018년 대비 1.6% 줄었으나 당기순이익 감소 영향으로 평균 배당 성향은 전년 대비 0.7%포인트 높아진 80.7%를 기록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지난해 순이익(3144억 원)의 2.1배에 달하는 6550억 원을 배당해 배당 성향이 208.3%로 가장 높았다. 또 오비맥주(160%), 볼보그룹코리아(127.3%), 도레이첨단소재(110.7%),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100%), 한국토요타자동차(100%) 등의 배당 성향이 100% 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