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외국계 기업 먹튀가 매년 반복된 이유는 ‘법이 없어서’가 아닌 ‘법을 무력화하는 내부 권력자’ 때문”이라며 “내부 질서부터 바로잡을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외국계 사모펀드에 있어 한국은 ‘기회의 땅’이다. 대표적으로 ‘론스타 투자 분쟁’ 사건은 8년째 진행 중이다. 극동건설, 외환은행을 매각하며 차익을 챙긴 론스타는 한국을 떠난 뒤 오히려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 소송, ISDS를 제기했다. 한국 정부의 방해 때문에 외환은행을 더 비싼 값에 팔지 못해 손해를 봤고, 한국 정부가 부과한 세금도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론스타’ 먹튀 사태에 관련해서 16년째 추적하고 있다. 윤 대표의 칼날은 사실 외국계 투기자본보다 ‘먹튀’를 방조한 정부와 금융당국을 향해 더 날카롭게 서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원칙은 당연한데, 여전히 금융당국이 외국계 기업 먹튀를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윤영대 대표는 “외국계 기업의 성공 신화 뒤에는 ‘힘 있는 전관들’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 운을 뗐다. 그는 “외국계 기업이 1997년 IMF 외환위기 고통을 먹잇감으로 삼을 수 있던 이유 역시 한국 경제가 취약하고 부패가 심해진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국내 관료들이 외국 자본 앞잡이가 되면서 국가 자산이 헐값으로 매각되는 행위가 반복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윤 대표는 론스타 먹잇감 사건에 극동건설 인수도 함께 떠올렸다. 웅진이 인수했던 극동건설은 한때 국내 업계 4위까지 올랐던 건설회사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1700억 원에 인수했다. 론스타는 그 후 사옥 등 핵심자산을 팔아치우고, 영업이익보다 많은 돈을 배당으로 빼가는 등 무차별적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론스타는 이어 2007년 건설업 진출을 노리던 웅진에게 극동건설을 매각한다. 웅진 인수가격은 6600억 원. 당시 업계에선 내놓은 4000억 원 안팎을 예상했다. 이처럼 웅진의 공격적인 베팅 뒤에는 하나은행의 전폭적인 대출 지원이 있었다. 덕분에 론스타는 막대한 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 결국, 극동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했던 웅진그룹은 2012년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한국 정부의 제동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론스타는 2010년 11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매매 계약을 체결하는 데도 성공한다. 론스타는 9년 동안 한국에서 4조6000억 원을 벌고 2012년 탈출했다. 세금도 거의 내지 않았다.
윤 대표는 “국세청이 추징한 국세를 횡령할 수 있는 배경에는 김앤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결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내부 권력자들의 공모 없이 이뤄질 수 없는 국기 문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세금 부과는 법으로 규정된 내용”이라며 “그런데도 외국계 기업에 유리하게 판결해주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결국 한국이 외국계 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적한 진짜 문제는 ‘내부 부패’다. 매년 반복되는 외국계 기업의 ‘먹튀’에 대해 “남 탓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윤 대표는 “미국에선 기업들이 조금만 부패한 행위를 하면 바로 세금 추징당한다. 강력한 조치가 단행되는 곳에서 꼼수가 통할 리가 없다. 금융당국이 강력하게 행동하는 나라에선 통하지 않으니깐 (그런 투기 세력이) ‘우리나라’에 와서 판을 치는 것”이라며 “남을 핑계 댈 문제가 아니고, 내부 질서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