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정부 정책 ‘굳히기’…"실효성 있는 정책 내놔야” 지적
여야가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민심 공략을 위한 입법 전쟁에 나섰다. 특히 야당은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는 등 여당과 부동산 노선 경쟁에 시동을 걸고 있다.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춰 연일 부동산시장 친화적인 법안을 내놓고 있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집값 급등과 전세난을 잡기 위해 '규제 강화' 쪽으로 계속 접근하자, 이와는 노선을 달리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부동산시장 정상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석준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정상화특위는 이달 들어 법안 발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송 의원은 지난 18일 부동산 공시가격을 조정하기 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부동산 가격 공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앞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90%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오르면 재산세 등 세 부담이 늘어난다. 이 법안은 정부가 임의대로 부동산 공시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해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국민 조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앞서 같은 당 유경준 의원은 공시가격 인상률을 직전 연도의 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또 국민의힘은 16일 주거지역 용적률을 최고 600%까지 허용하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놨다. 현재 제3종일반주거지역은 용적률 ‘100~300%’를 적용받지만, 개정안은 ‘250~600%’로 상향 조정하도록 했다.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 총면적 비율을 뜻한다. 용적률이 2배 높아지면 수치상으로 가구 수도 2배 늘어난다. 이 역시 정부가 임대주택 위주로 주택 공급에 나서자 민간 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법안을 발의해 ‘맞불’을 놓은 셈이다.
반면 여당은 정부 부동산 정책을 뒷받침하는 법안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18일 ‘부동산감독원 설치법’을 발의했다. 앞서 여당이 내놓은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 법안과 유사하지만 명칭을 바꿔 재발의했다.
같은 당 박광온 의원은 전세 임대차 보장 기간을 최대 6년간 보장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국 아파트 전세난 원인으로 지목된 새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비판에도 오히려 정부 부동산 정책을 공고히 다지는 법안을 내놓은 것이다.
여야가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입법전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실효성 있는 법안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정책은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하는데도 선거를 앞두고 표면적인 대책과 입법만 이뤄진다는 비판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국가 발전을 위해선 국회가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균형 감각을 갖춘 부동산 정책을 내놔야 하는데 진영논리에 갖춰 표만 의식한 법안만 발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