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노후 임대아파트 재건축 계획이 잠들어 있는 1기 신도시의 재건축 욕망을 깨우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에선 용적률 상향이 담보되는 경우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재건축 사업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준공 30년을 앞두고 급격히 노후화하고 있는 수도권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에선 일부 단지들이 산발적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이다. 분당에선 정자동 한솔주공5단지와 느티공무원3·4단지, 일산에선 대화동 장성마을 2단지가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산본신도시에선 우륵주공7단지가 지난 9월 리모델링 조합 창립총회를 마쳤고, 세종주공 6단지도 리모델링 사업 추진위 발족 절차를 밟고 있다.
이들 1기 신도시 단지들이 재건축 아닌 리모델링 사업에 나서고 있는 건 기존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져서다. 전문가들은 용적률 180% 수준을 재건축 사업성의 마지노선으로 본다. 그러나 1기 신도시들의 평균 용적률은 대부분 200%를 넘어선다. 일산은 평균 169%로 그나마 낮은 편이나 분당은 184%, 평촌 204%, 산본 205%, 중동은 225%에 달한다.
정부가 지난 19일 전세대책으로 발표한 노후 임대아파트 종합정비 계획에는 앞으로 임대아파트 15곳을 철거 후 신축하는 재정비 방안이 담겨 있다. 여기엔 '용도 상향을 통한 고밀개발'로 신축하는 방향이 포함됐다.
시장에선 이번 임대아파트 재정비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에 물꼬를 터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정부가 임대아파트 용도 상향을 위해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나서면 현재 리모델링 추진 단지나 일반 단지들 모두 재건축 사업 쪽을 군침을 삼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리모델링에도 만만치 않은 투입비용과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임대아파트 재정비 사업이 탄력을 받아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면 일반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 기대감이 커져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회의론도 여전하다. 산본신도시 우륵주공7단지 리모델링 추진위 관계자는 "일반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은 임대아파트와 달리 사업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정부가 용적률을 높인다면 1기 신도시들의 재건축 추진에 숨통이 트이겠지만, 공공임대아파트 건립 비중 확대 등 조합 입장에선 사업성을 담보하지 못할 수도 있어 사업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진행될 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