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한국산업은행(산은)이 추진하는 한진칼의 유상증자를 반대하는 가처분 심문이 시작되면서, 한진칼의 주가가 한 치 앞을 볼 수 없게 됐다. 한진칼 뿐 아니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인수합병 당사자인 기업들의 주가도 혼돈 속에서 거래될 전망이다.
25일 법조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께 시작하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걸린 한진칼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 결과에 따라 관련 기업의 주가의 급등락이 예상된다.
산은의 한진칼 유상증자 참여를 위한 5000억 원 납입일이 12월 2일이기 때문에 늦어도 전날인 12월 1일까지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산은은 법원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될 경우 인수가 무산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는 일주일 안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가 가려지게 되는 것이다.
한진칼의 주가는 조원태 회장과 '3자 연합'(KCGI강성부펀드·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올해 4월 17일 10만9500원(종가 기준)까지 치솟았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11월 10일 9만 원까지 올랐지만, 상승 피로감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소식까지 더해 내리막을 그리며 7만 원대까지 하락했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 이후, 사실상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시장의 인식이 주가 하락으로 나타난 셈이다. 유상증자와 함께 주가 희석이 예상되면서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아직 어느 쪽도 법원의 결정을 확신할 수 없다.
법원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인용하면, 상황은 급격히 반전된다. 경영권 분쟁에 다시 불씨가 붙는 것으로 한진칼 주가 상승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인수합병 대상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특히 피인수 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4일 장중 2995원까지 하락한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인수가 무산되면 실망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시장은 아직 크게 반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날 한진칼 주가는 전일 대비 400원(0.39%) 하락한 7만5800원(오전 9시24분 기준)에 거래됐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소송 결과에 따라 한진칼의 주가는 급등락을 연출할 것"이라며 "일반적으로는 상법 제 418조1항을 통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엄격히 보호하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의 제 3자 유상증자는 불허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다만 상법 제418조2항에 표현된 대로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는 조항이 어떤 식으로 적용될 것인지에 대한 여지가 남아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