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명확한 정책이 시장 안정으로 이어질 것” 기대 커져
서머스 “클린턴 시대 확립된 강달러 정책으로 회귀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옐런 전 연준 의장을 자신의 행정부 초대 재무장관으로 내정하자 미국의 달러 정책이 더 명확해져 강달러로 이어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확신이 강해지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소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은 강달러에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정권은 하루 사이에도 달러와 외환시장에 대해 정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일관성 결여로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 일례로 트럼프는 지난해 7월 말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외환시장 개입을 배제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지 수시간 뒤에 “강달러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한 통화는 아름다운 일이지만 미국의 수출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이날 사상 최초로 3만 선을 돌파하는 등 미국 금융시장은 최근 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트럼프 정권의 이런 갈팡질팡하는 태도에 달러값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종합한 블룸버그달러스팟인덱스는 3월 이후 11% 이상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충격에 연준이 향후 수년간 기준금리를 제로(0)로 유지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완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달러 약세로 이어졌다. 옐런 자신도 연준 의장으로 재직할 당시 공격적인 통화정책 완화로 경기를 뒷받침했던 이력이 있는 만큼 재무장관에 취임하면 제롬 파월 현 의장의 장기적인 제로 금리 유지 방침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메들리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벤 에몬스 글로벌 거시전략 대표는 “옐런 기용은 달러에 대한 좀 더 일관적인 정책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옐런이 연준 의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그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은 더 좋은 달러 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이달 초 차기 재무장관에게 조언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에서 “미국은 이제 클린턴 정권 시대에 확립한 강달러 정책으로 회귀해야 할 때”라며 “적극적으로 약달러를 도모하고 있다거나 달러 환율에 무관심하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반적으로 한국은 강달러를 선호하고 있다. 한국은 수출이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그만큼 우리나라 제품 가격 경쟁력이 강화해 수출이 늘어나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기업 실적도 크게 개선된다. 다만 강달러는 수입 물가를 높이고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를 일컫는 ‘서학개미’ 입장에서 강달러는 엇갈리는 영향을 미치게 된다. 주식 매입 시점보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현 시점에서 미국 주식을 매입하는 부담이 커진다. 이에 전문가들은 서학개미들이 ‘환리스크’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