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올 0.5%로 상향, 내년 1.0% 유지..내년 근원인플레 0.2%p 상향
백신 상용화 vs 코로나19 재확산에 성장경로 불확실
‘가계부채’ 문구 9개월만 통방문 재삽입, 금융불균형 우려에도 현 기조 유지
대내외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이 나왔다. V자 반등까지는 아니더라도 완만한 개선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통화정책 역시 경기회복을 지원하는 방향을 유지하겠지만 최근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우려해 금융불균형 쪽으로 무게중심을 한발짝 옮긴 분위기다.
26일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GDP)을 올해 -1.1%, 내년 3.0%를 예상했다. 이는 직전 8월 전망치(-1.3%, 2.8%)에서 각각 0.2%포인트씩 올린 것이다. 이같은 전망을 반영해 ‘통화정책방향(통방)’ 문구도 긍정적으로 바꿨다. 기존 국내경제 회복세가 ‘더딜 것’이란 문구를 ‘완만할 것’으로 교체했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더딘 회복 흐름을, 건설투자는 조정을 보이는 반면, 설비투자는 회복 움직임을, 수출은 개선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양호하다. 내년엔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개선과 양호한 투자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앞으로의 경제흐름은 코로나19 전개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잠재성장률을 새로 추정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는 잠재성장보다 높다 낮다 말하긴 어렵다”며 “V자 반등이냐 아니냐보다는 완만하게 회복되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0.5%를 예측해 직전 전망치(0.4%)보다 0.1%포인트 올렸다. 내년은 기존과 같은 1.0%를 예상했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는 올해 0.3%, 내년 1.0%를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 대비 올해는 0.1%포인트 낮춘 반면, 내년은 0.2%포인트 올린 것이다. 올해 급등한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둔화할 것으로 본 반면, 이동통신비 지원·무상교육 등 정부정책 측면에서의 물가 하방압력이 축소되고, 물가 중 10% 가량을 차지하는 전·월세 값이 최근 상승한 것을 감안한 것이다.
반면, 통방 종합판단 부문에서 ‘가계부채 증가’ 문구를 삽입했다. 이는 코로나19 발발직전인 올 2월 이후 처음으로 포함된 것이다. 3분기(7~9월) 중 가계빚이 지난해 같은기간과 견줘 7% 증가해 3년(12분기)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이 총재도 “금융불균형을 우려할 단계가 왔다”면서도 “기존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백신 보급이 언제 될 것인지 하는 불확실성이 상당하다”며 “코로나19가 극복되더라도 위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보단 여러 후유증이 있을 것이다. 내년 성장세가 반등한대 해도 기저효과 측면이 크고 기존 추세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인플레 압력도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통화정책도 당분간 완화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