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김포시 아파트 전세시장이 심상찮다. 전세 수요가 부쩍 늘면서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김포시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자 매매 대신 전세 수요가 크게 늘었고, 전세 물건이 줄자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한껏 올려 부르고 있어서다.
대출 막혀 어쩔 수 없이 매매 포기…전세수요로 돌아서
1일 KB부동산에 따르면 김포시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1.09% 올라 경기도 내에서 유일하게 1%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주 상승률은 1.45%였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맷값 상승률은 지난주 2.28%에서 1.34%로 1%포인트(P) 이상 하락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11만4000가구 이상을 공급하는 ‘11·19 전세대책’ 발표 직후 김포시(통진읍·월곶면·하성면·대곶면 제외)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 양도세 중과 등 각종 세제 강화과 함께 대출 규제를 적용받는다.
정부가 김포시를 규제지역으로 묶고 대규모 수도권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전셋값 상승만 부추겼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조정대상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 원 이하 구간은 50%, 9억 원 초과분은 30% 대출 규제를 받는다. 김포시 장기동 한 공인중개사는 "김포가 규제지역으로 묶인 이후 매매를 포기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전세를 선택하는 실수요자가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임대차 보호법 시행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김포 전세시장에 전세 수요가 몰리자 전세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치솟고 있다.
실제 김포시에서는 전셋값이 한 달 만에 1억 원 이상 오른 곳도 등장했다. 운양동 ‘한강신도시 운양푸르지오’ 전용면적 84㎡형 전세보증금 호가는 이날 기준 5억 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 아파트 같은 평형의 직전 전세 실거래가는 지난달 3억5000만 원이었다. 불과 한 달 만에 전셋값이 43%(1억5000만 원) 올랐다.
인근 운양동 ‘풍경마을 래미안한강2차’ 전용 84㎡형 전세보증금 호가는 이날 기준으로 최고 4억2000만 원에 형성됐다. 직전 전세 실거래가는 3억2500만 원(8월 거래)으로 약 29% 올랐다. 김포 내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장기동 ‘e편한세상캐널시티’ 전용 84㎡형의 이날 전세 호가는 4억5000만 원으로 지난 9월 같은 평형 전세 실거래가 3억7000만 원보다 약 22% 오른 수준이다.
장기동 L공인 관계자는 “김포가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대출 규제 등으로 매매가 어렵자 전세를 찾는 분들이 많다”며 “집주인들은 이를 알고 전세 호가를 몇 천 만원씩 올려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규제의 역설’로 시장 악순환 지속 전망
부동산 전문가는 김포시 조정대상지역 지정이 전셋값 상승을 부추겨 결국 집값 급등과 전세난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전셋값이 오르면 매맷값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다"며 "규제 부작용으로 시장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올 겨울방학과 내년 봄 이사철이 2차 전세난의 고비가 될 수 있다”며 “이번 11.19 전세대책으로 전세난을 해결하기에는 어렵고 전세시장이 진정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