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현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 속에 지난달 23일부터 중견여행사 참좋은여행이 판매한 해외여행상품이 소위 '대박'을 쳤다. 다만 코로나19의 재확산세로 인해 실제로 해외여행이 가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참좋은여행이 '희망을 예약하세요'라는 타이틀로 9개월 만에 판매 재개한 400여개의 해외여행상품은 일주일 만에 6000건 이상의 예약건을 기록했다.
프로그램의 예약금은 1만 원으로, 출발 가능성이 큰 날짜를 고객이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출발할 수 없으면 예약금을 포함한 비용 전액을 환불해 주는 조건이다. 내년 3월 출발 예정인 일본·홍콩·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을 비롯해 6월 이후 출발하는 핀란드·노르웨이·덴마크 등 북유럽 지역, 그리고 7월 15일 이후로 예약을 받는 유럽·북미·중남미·아프리카 등까지 모두 398개 코스다.
여행사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이 체결될 경우 예상보다 이른 시일 내에 해외여행이 가능할 수 있다"며 "한국과 해당국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입국자에게 자가격리를 하는 조건이라면 출발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트래블 버블'이란 코로나19 방역이 우수해 감염에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는 두 국가 이상이 맺는 여행 협약으로, 해당 국가의 관광객이나 여행객에 대해 2주간의 의무 격리 조치를 면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 등 발트 3국은 해당국 출신 입국자의 경우 2주간 격리를 면제해주는 '발틱 트래블 버블'을 7월 15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10월 16일에는 호주와 뉴질랜드가 트래블 버블 협약을 체결했고, 홍콩과 싱가포르는 지난달 11일 격리조치 없이 양 도시를 여행할 수 있는 '트래블 버블' 협약을 체결했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대부분 여행사가 해외여행상품 재개를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 소식이 나오고 또 연말이나 내년 초엔 '트래블 버블' 체결 가능성이 있다 보니까 여행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언제부터 해외여행이 가능하게 될지는 치료제나 백신의 보급 등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 아무도 예상하기 힘들겠지만, 현실적으로 내년 중반기 이후엔 여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트래블 버블과 관련해선 "체결이 된다고 해도 바로 출발하기 쉽지는 않을 것이다. 백신·치료제 등 코로나19에 대한 완벽한 대비가 없다면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면서 "체결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는 있지만, 현재 대한민국 코로나 확산 상황이 심상치 않아서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상품 판매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해외여행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표하는 반응도 있었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세를 보이는 가운데 여행 예약 접수를 시작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내년부터 실제로 해외여행이 가능해질지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박주연(24) 씨는 "여행 예약을 미리 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박 씨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답답했던 기분을 여행 예약이 오히려 희망차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며 "여행을 예약해놓으면 그때 꼭 출발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도 코로나를 더 조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트래블 버블이 체결된다면 솔직히 여행을 계획할 것 같다"며 "그동안 코로나19로 여행에 제한이 많았기 때문에 답답했다. 물론 여행을 가게 되더라도 코로나 유의사항은 지키며 여행을 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박민수(25) 씨는 "국가별로 여행을 수용하는 시기도 다를 것 같고, 한국 내에서도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데 그렇게 예약만 받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며 해외여행상품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박 씨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느 하나 확실한 게 없다는 것이 예약 방식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비행기 표 값도 제대로 정해지지도 않았고, 호텔도 경영이 위태한데 뭘 믿고 예약을 받는 건가 싶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래블 버블은 양국이 합의했다는 거지 내 안전을 합의한 것이 아니므로 체결돼도 여행을 가지 않을 것"이라며 "적어도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나서 몇 달간은 두고 볼 것이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달라진 상황에서 과연 과거의 경험에만 빗대 여행을 다니는 게 가능할까 싶다"고 우려했다.
과연 트래블 버블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지금 상황에서는 사실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라면서 "결국 백신 등이 만들어져서 상용화돼야만 트래블 버블이 자유롭게 될 수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어려울 거고 그렇다고 계속 놔두자니 국가의 관광산업 자체가 어려워지니까 조금은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같다"고 봤다.
정란수 교수는 "실제로 싱가포르 등 확진자가 별로 없으면서도 관광산업이 주력산업인 국가들이 방역을 엄격하게 하는 우리나라에 트래블 버블을 요청하고 있다"며 "확진자가 많이 나오지 않는 대만·싱가포르 등에 대해선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당 국가로 가는 일방적인 여행 재개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래블 버블은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의 개념보다는 비즈니스 목적이라든지 거주·체류 등에 대한 것들이 먼저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참좋은여행의 사례처럼 단체관광과 같은 형태는 당장은 트래블 버블 체결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해외여행상품 예약이 몰린 것에 대해선 "여행이 우리 일상에서 떠난 적이 없다 보니까 여행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빨리 트래블 버블이 재개됐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업계라든지 여행자들의 입장인 거고 코로나19 전파에 대한 것들이 연결돼 있다 보니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