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ㆍ광역시 집중 규제…지방 중ㆍ소도시로 수요자들 몰려
"드디어 분양권을 잡았습니다. 주변에서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들리는데 나만 뒤쳐지는게 아닌가 걱정이었는데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 걱정했는데 전용 84B㎡타입으로 계약하고 왔습니다." (충남 당진시 아파트 분양권을 매입한 K모 씨.)
지난 주말 충남 당진시 '당진 센트레빌 르네블루' 아파트 분양현장에 분양권을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대거 몰렸다. 잔여세대를 선착순으로 계약 진행한다는 소식에 일부는 텐트까지 치며 밤샘 기다림을 각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내·외 100명 이상 집합이 금지된 상황이어서 분양회사 측은 번호표를 배포하는 방법으로 대기 인원들을 분산시켰으나, 뜨거운 청약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방 중·소도시 아파트 청약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정부가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의 분양권 전매를 전면 금지하면서 아직까지 전매가 가능한 지방 중·소도시에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이른바 ‘풍선효과’(한쪽을 누르면 다른쪽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다.
분양권을 산 뒤 곧바로 되파는 방식으로 차익을 거두려는 수요자들까지 가세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이상 청약 열기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지방 미분양 주택은 전달 2만4503가구에서 2만3096가구로 5.7% 줄었다. 경남 미분양 물량이 7042가구로 전달에 비해 13.7% 줄어들며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어 경북은 12.1%, 부산은 9.7%, 전북은 9.0%, 대구는 6.0% 순이었다.
정부의 잇따른 대책에도 부동산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수요자들의 '패닉 바잉(공포 속 매수)' 현상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면서 지방 신축 아파트까지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특히 내년부터 양도소득세 중과 시 분양권도 주택 수에 포함시키는 등 세제 강화가 수요자들을 청약시장으로 내몰고 있다. 현재는 1주택자가 분양권 보유해도 실제 주택 취득 시점까지는 1주택자로 간주하지만 내년부터 분양권을 획득하는 1주택자는 2주택자로 보고 기본세율에 양도세 10%포인트를 중과한다. 올해 확보한 분양권에 대해서는 일시적으로 비과세 특례 규정이 적용되는 만큼 이달 말까지 분양을 받거나 분양권을 취득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다.
이에 그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지방 중·소도시로까지 수요가 몰리면서 청약 경쟁률까지 오르고 있다. 올해 1~3분기 청약률을 살펴보면 지방도시의 경우 1순위 평균경쟁률은 10.28대 1로 지난해 같은 기간(8.08대 1)보다 높아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경북 구미시에서는 지난달 분양한 '구미 아이파크 더샵'이 구미 역대 최다 청약자수를 기록했다. 특별공급 물량을 뺀 982가구 모집에 총 1만8568명이 1순위 청약 접수한 것이다. 이 단지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8.9대 1이었다.
역시 같은달 청약을 진행한 경남 창원시 '창원 한양립스 더퍼스트'는 평균 13.0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선호도가 가장 높은 전용면적 84㎡형의 경우 최고 경쟁률이 64.06대 1에 달했다.
전북 완주군 '완주 푸르지오 더 퍼스트'도 평균 청약 경쟁률 5.80대 1을 기록했다. 군(郡) 단위에 들어서는 아파트였는데도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비규제지역이 대부분이어서 전매 제한을 받지 않는 것도 수요자들이 몰리는 이유다. 이에 분양권으로 차익을 거두려는 투자 세력까지 가세하고 있다.
당진 센트레빌 르네블루의 경우 지난 달 일반공급에서는 미달이 발생했는데 이번 잔여세대 모집에서는 단 하루만에 미달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인근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외지인들이 미분양 물량을 싹쓸이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면서 "벌써 이 아파트 단지 분양권에는 500만~1000만 원의 '초피'(분양권에 붙는 첫 웃돈)가 붙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 저금리 상황에선 틈새시장인 비규제지역으로 자금이 쏠릴 수 밖에 없다"면서 "불붙은 지방 중·소도시 청약 열기는 쉽게 식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