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반출은 내년 늦봄이나 초여름쯤”
7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백악관에서 ‘백신 서밋’, 이른바 백신 최고회의를 개최한다.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연설을 한 후 약 3시간에 걸쳐 백신 개발 경위와 향후 규제 및 배포, 투여 방법을 둘러싼 논의를 한다. 이 자리에는 백신 관련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이 초대됐다.
주목할 건 이번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보건복지부에 대해 코로나19 백신을 외국보다 미국민에게 우선 배포하도록 명령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백신의 해외 반출이 지연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수출입은행, 국제개발금융공사(DFC) 등의 미국 기관에 외국 반출에 대한 지침을 내리게 된다. 익명의 관계자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반출은 내년 늦봄이나 초여름쯤에야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사전 구매 계약에서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7월 22일 화이자와의 사전 구매 계약에서 1억 회분을 인도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화이자는 이어 5억 회분에 달하는 추가 복용량을 판매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미국 정부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외국 반출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이 실제로 효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사전 구매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0일 화이자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을 검토한다. 17일에는 모더나 백신의 승인 여부가 나온다. 미국 정부는 이들 백신이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24시간 이내에 첫 배송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은 의료 종사자와 요양시설 입소자 등에 우선 보급된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내년 2분기까지 일반 국민도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백신 ‘아메리카 퍼스트’에 정작 제약사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8일 백신 최고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모더나는 “참석 요청이 있었지만, 회의 의제를 본 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회의 내용이 트럼프 행정부의 치적 과시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화이자와 모더나 뿐만 아니라 의료공급 업체인 매케슨과 약국 체인 월그린, CVS 경영진도 참석이 불투명하다. 배송업체인 UPS와 페덱스 등은 참석 의사는 밝혔지만, 임원급이 아닌 일반 직원이 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