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백신 도입과 더불어 여러 개의 국산 치료제들도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결과 도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국산 치료제를 통한 조기 치료가 가능해짐에 따라 더욱 견고한 방어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26건의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상용화를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임상은 총 15건이다.
정부와 손잡고 항체치료제 'CT-P59'를 개발하고 있는 셀트리온은 치료제 사용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글로벌 2상 임상시험 환자 327명에 대한 투약을 지난달 완료했으며, 임상 2상의 중간 결과 데이터를 분석하는 대로 이달 중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의약품은 임상 3상을 마쳐야 허가할 수 있지만, 치료제가 없는 시급한 상황에서는 예외적으로 3상 조건부 허가가 가능하다.
이미 초기 물량 10만 명분은 생산을 완료했으며, 해외 대량 공급에 대비해 최대 200만 명분의 생산 계획을 수립했다. 추가 생산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연말 승인 신청을 목표로 2상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면서 "기존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치료제가 최대한 빨리 사용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CT-P59는 코로나19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빠른 바이러스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약물 투여 이후 증상 회복까지 걸린 평균시간이 위약군 대비 44% 단축됐으며, 바이러스가 중증으로 발전한 경우가 없이 모두 회복됐다.
셀트리온은 CT-P59를 국내에는 원가에 판매하고, 해외에는 마진을 취하되 경쟁사보다 가격을 낮게 책정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놨다. 환자 밀접 접촉 의료진이나 면역력이 취약한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예방 효과를 알아보는 임상도 동시 진행 중이다.
GC녹십자가 개발한 혈장치료제 'GC5131A'는 임상 2상 단계에서 치료목적사용승인을 통해 환자에 투여되고 있다. 치료목적 사용승인이란 생명이 위급하거나 대체치료수단이 없는 응급환자 등의 치료를 위해 임상시험용의약품을 식약처 승인을 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GC5131A의 치료목적사용승인은 총 13건이다. 이 중 칠곡경북대병원의 70대 남성 환자가 GC5131A를 약 20여 일간 투여받은 후 완치됐다. 국내에서 혈장치료제를 통해 완치된 첫 사례다.
GC녹십자는 중앙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 12개 병원에서 중증 코로나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셀트리온과 마찬가지로 임상 2상을 마무리하는 대로 승인 절차에 나설 계획이다.
종근당은 러시아에서 진행한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의 임상 2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했다. 연말까지 임상시험을 마치고 내년 1월 식약처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식약처와 임상결과에 대한 심사와 허가일정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허가가 승인되면 국내 최초의 코로나19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파벨탄은 기존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연구하는 신약 재창출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 방식은 기존 임상 데이터가 확보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적고, 유효성이 검증돼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종근당 외에도 부광약품, 엔지켐생명과학, 신풍제약, 크리스탈지노믹스, 대웅제약, 이뮨메드 등이 신약 재창출 방식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의 'DWRX2003'(성분명 니클로사마이드)은 합성의약품으로는 유일하게 정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지원사업에 선정됐다. 회사는 DWRX2003을 1회 투여 주사제형으로 개발, 니클로사마이드의 경구 투여 시 발생 가능한 소화기계 부작용의 가능성을 없앴다. 현재 식약처에 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한 상태다.
정부는 이처럼 국내 기업들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백신과 병행한 효과적인 방역 활동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장관은 "해외에서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국산 치료제 개발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현장 사용 여부가 곧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진단검사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신속 항원검사나 타액 검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신속 항원검사는 진단 소요 시간이 빠르고 비용도 저렴하지만 실시간 유전자 증폭(RT-PCR) 검사보다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문제 등으로 그동안 널리 활용되지 않았다. 반면 코로나19 감염 심각성이 높은 해외에는 국산 신속 진단키트가 활발히 수출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달 11일 처음으로 에스디바이오센서의 항원 신속 진단키트를 정식 허가했다.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만 사용해야 하며, PCR 검사 결과와 임상증상 등을 고려해 의사가 감염 여부를 최종 판단할 수 있다.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신속 항원검사를 배제하는 입장을 고수했던 방역당국은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방향을 선회해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타액 검사는 기존 비인두 검체 대신 침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검체 채취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대폭 단축해 대량 검사가 가능하다. 다만, 비인두 검체보다 민감도가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