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 분리선출’ 기조는 유지
'전속고발권 폐지' 조항은 삭제키로
정부와 여당이 정기국회 내 처리를 공언한 이른바 ‘기업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이 입법 직전까지 왔다. 경제계는 기업 3법이 국회 문턱을 넘는다면 더 강력한 규제와 감시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야권도 “기업 3법은 개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기업들이 가장 주시하는 법안은 상법개정안이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회사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토록 하고, 이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쟁점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권과 재계의 반발을 우려해 개정안 일부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기조는 유지하되, 사외이사 선출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전체 3%’에서 ‘각각(개별) 3%’로 늘리기로 했다.
어떤 기업의 최대주주가 지분 10%를 보유하고, 그 외 특수관계인 A와 B가 각각 3%씩 갖고 있다고 가정하자. 원안대로라면 감사위원 선출 시 3명의 총 보유지분(16%)의 3%에 대한 의결권 행사만 가능하다. 수정안이 반영될 경우 3명이 각각 3%씩 총 9%까지 의결권을 늘릴 수 있다.
사내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출할 경우에는 원안과 동일하게 최대주주와 그의 특수관계인 합산 3%까지만 의결권 행사가 가능토록 했다.
재계는 “기존 합산 3%에 비해 완화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업마다 지배구조가 달라 규제의 정도가 다를 수 있고, 특히 특수관계인이 많을수록 유리해졌다”고 우려했다.
이외에도 소수 주주권 행사 시 의무보유기간을 현행 6개월로 유지키로 했다. 상장사의 경우 지분 보유 기준을 최소 0.01%에서 0.5%로 강화했다. 비상장회사는 1%의 지분을 보유토록 했다.
외국 투기자본이 토종 글로벌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거나 기술을 탈취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경제계의 우려를 일부 반영한 것이다.
민주당은 경제계가 강하게 반발해 온 공정거래법개정안의 주요 쟁점인 ‘전속고발권 폐지’ 조항을 삭제키로 했다.
애초 정부는 기업의 중대 경성(가격·공급제한·시장분할) 담합 행위에 대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수사가 가능한 현행 전속고발권 폐지를 추진해왔다. 대신 경성 담합에 대해 검찰에 직접 공소권을 부여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여당이 제동을 걸었다. 고소·고발 남발을 우려한 경제계의 주장은 물론 전속고발권 폐지에 따른 검찰의 권력 확대에 대한 우려도 다소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경제계, 특히 중소·중견기업들은 “전속고발권 폐지는 공정위의 행정·전문적 절차를 생략하고 사법수사가 개시돼 기업의 형사처벌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실제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4년간 공정위가 고발한 담합사건 98건 가운데 88건이 중소·중견기업 간 담합사건이다. 대기업 관련 사건은 10건에 불과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없이는 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 검찰이 기소할 수 없는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경제계는 “감사위원 선임 시 의결권 제한, 다중대표소송제 등도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대기업집단에 속한 보험·증권·신용카드사 등을 금융그룹으로 묶어 규제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구체적으로 여수신업, 보험업, 금융투자업 중 두 개 이상의 업종을 영위하는 금융그룹으로 합계 자산이 5조원을 넘는 그룹을 감독·검사하겠다는 것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한화, 미래에셋, 교보, DB 등 6개 그룹이 대상이 된다.
법안이 제정되면 금융당국은 이들 금융그룹의 위험현황, 관리실태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그룹의 대표금융회사에 경영개선계획을 제출·이행할 것을 명할 수 있다. 이를 어길 경우 금융그룹 명칭의 사용을 중지시키는 등 강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기업3법 입법 과정에 적극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사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상법 개정안은 '개악'"이라며 "고사상태에 빠진 우리 경제를 어떻게 망치려고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경제3법을 개악하려 하느냐"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