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예산 20% 경기부양 활용…개도국은 5% 그쳐
세계 경제 ‘K자’형 성장 곡선 그릴 듯
선진국들이 자국 인구를 뛰어넘는 백신을 선구매로 싹쓸이했지만, 상황이 열악한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 등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는 백신 공동 구매기구인 코백스(COVAX)에만 공급을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공급받는다고 해도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존 응켄가송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은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는 내년 2분기 이후에나 백신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코백스만으로는 집단 면역 형성에 필요한 인구 60% 접종에는 역부족”이라고 호소했다. 이미 영국 등 일부 부유한 국가가 접종을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백신이 등장하는 시기만 6개월 이상 차이가 난다.
문제는 이들 국가가 이처럼 백신에서 한 발짝 멀어지게 될수록 경제 회복도 요원해진다는 점이다. 백신은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무너진 경제까지 살릴 ‘특효약(magic bullet)’으로 평가받고 있다. 즉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백신을 충분히 확보한 부유한 국가는 코로나19 충격에서 재빨리 벗어나 더 부유해지고, 백신에 접근하지 못한 빈국들은 경제적 충격을 더 오랫동안 더 많이 경험함으로써 더 가난해질 것이라는 뜻이다.
코로나19 억제가 경기 회복을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은 이미 중국의 선례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에서 올해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이 예상된다.
사실 빈국들은 코로나19 사태 시작부터 부국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었다. 국가 신용도가 높고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는 예산뿐만 아니라 국채 등의 발행으로 추가 재원을 동원해 경제를 떠받칠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하지만 신용도가 낮고 재정 상황이 열악한 국가들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선진국은 예산의 20%를 국채 발행 등을 통해 경기 부양에 활용하지만, 개발도상국의 경우 그 비중이 5%에 그쳤다. 가뜩이나 더 많은 경제적 충격을 받은 가난한 나라들이 경제 회복에서도 크게 뒤지면서 세계 경제 지형은 ‘K자’형 성장 곡선을 그리면서 더 뚜렷한 양극화를 나타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