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내셔널리즘] ② 각국 이기주의, 세계 경제 양극화 부추겨

입력 2020-12-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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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국들, 백신 등장 시기 선진국과 6개월 이상 차이
선진국, 예산 20% 경기부양 활용…개도국은 5% 그쳐
세계 경제 ‘K자’형 성장 곡선 그릴 듯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4월 8일(현지시간) 간호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장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에게 손소독제를 뿌려주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신화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각국의 빈익빈 부익부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경제 회복 속도를 좌지우지하는 백신 물량이 일부 부국에 치우쳐져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자국 인구를 뛰어넘는 백신을 선구매로 싹쓸이했지만, 상황이 열악한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 등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는 백신 공동 구매기구인 코백스(COVAX)에만 공급을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공급받는다고 해도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존 응켄가송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은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는 내년 2분기 이후에나 백신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코백스만으로는 집단 면역 형성에 필요한 인구 60% 접종에는 역부족”이라고 호소했다. 이미 영국 등 일부 부유한 국가가 접종을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백신이 등장하는 시기만 6개월 이상 차이가 난다.

문제는 이들 국가가 이처럼 백신에서 한 발짝 멀어지게 될수록 경제 회복도 요원해진다는 점이다. 백신은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무너진 경제까지 살릴 ‘특효약(magic bullet)’으로 평가받고 있다. 즉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백신을 충분히 확보한 부유한 국가는 코로나19 충격에서 재빨리 벗어나 더 부유해지고, 백신에 접근하지 못한 빈국들은 경제적 충격을 더 오랫동안 더 많이 경험함으로써 더 가난해질 것이라는 뜻이다.

코로나19 억제가 경기 회복을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은 이미 중국의 선례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에서 올해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이 예상된다.

사실 빈국들은 코로나19 사태 시작부터 부국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었다. 국가 신용도가 높고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는 예산뿐만 아니라 국채 등의 발행으로 추가 재원을 동원해 경제를 떠받칠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하지만 신용도가 낮고 재정 상황이 열악한 국가들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선진국은 예산의 20%를 국채 발행 등을 통해 경기 부양에 활용하지만, 개발도상국의 경우 그 비중이 5%에 그쳤다. 가뜩이나 더 많은 경제적 충격을 받은 가난한 나라들이 경제 회복에서도 크게 뒤지면서 세계 경제 지형은 ‘K자’형 성장 곡선을 그리면서 더 뚜렷한 양극화를 나타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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