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 집값 4개월만에 3.5% 껑충…타 지역도 크게 올라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에 있는 '미사강변 골든센트로'는 올 8월 역세권 아파트가 됐다. 수도권 전철 5호선 하남 연장선(하남선) 1단계 공사가 끝나면서 이 아파트 단지 앞 미사역에 지하철이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에선 하남선 개통 전인 지난 연말만 해도 8억~9억 원대에 전용면적 84㎡형 집을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같은 면적이 12억 원까지 호가한다. 지하철 후광을 누린 건 이 아파트만이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하남시 아파트값은 8월부터 지난달까지 넉 달간 3.5% 올랐다.
내년에도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이 같은 지하철 효과를 노리고 있다. 도시철도가 생기면 통근 시간이 짧아지는 만큼 생활이 편리해지고 지역 상권 발전에도 긍정적이다. 주거 여건이 개선되면서 집값이 오를 가능성도 커진다.
내년 개통할 예정인 도시철도 노선은 수도권 전철 5호선 하남 연장선(하남선) 2단계, 4호선 남양주 연장선(진접선), 7호선 인천 연장구간, 서해선 대곡~소사구간(대곡소사선) 등이다. 가장 먼저 운행하는 노선은 하남선 2단계로 내년 3월 개통 예정이다. 4월과 7월엔 각각 7호선 인천구간과 대곡소사선에서 열차가 다니기 시작한다. 진접선은 연말 개통을 목표로 잡고 있다.
하남에선 하남선 2단계 개통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길 바란다. 하남선 1단계 수혜를 주로 미사강변도시가 입었다면 2단계에선 혜택이 하남 원도심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등은 하남선이 완공되면 하남시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시간이 20분 단축될 것으로 본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5호선 직결화가 실현되면 교통망은 더욱 좋아진다. 배차 간격이 줄어드는 데다 5호선 마천지선에 있는 서울지하철 3호선(오금역), 9호선(올림픽공원역) 환승역까지 한번에 이동할 수 있어서다. 지금은 마천지선 역을 이용하려면 강동역 분기점에서 환승해야 한다.
이 같은 호재에 원도심 구축 아파트값도 들썩인다. 하남검단산역 예정지와 인접한 창우동 부영아파트 전용 59㎡형은 이달 6억6600만 원에 매매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해만 해도 이 아파트는 11월 4억6800만 원에 팔린 게 최고가였다.
철도 개통 소식에 들뜬 건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도 마찬가지다. 대곡소사선은 경기 부천시 소사역과 고양시 대곡역을 잇는 노선이다. 경의ㆍ중앙선 철로를 이용해 일산역까지도 직결된다.
일산신도시에선 대곡소사선이 개통하면 한강 이남으로 출퇴근하기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서울 강남권이나 여의도로 이동할 수 있는 7호선(부천종합운동장역), 9호선(김포공항역) 환승역이 있어서다. 일산역에서 김포공항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1시간에서 20분대로 줄어든다. 일산신도시의 아킬레스건이던 강남 접근성이 개선되는 것이다.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하듯 일산역 뒤편 'e편한세상 일산 어반스카이' 전용 84㎡짜리 분양권은 현재 8억 원 넘게 전매되고 있다. 5억 원대던 분양가와 비교하면 3억 원가량 웃돈(프리미엄)이 붙었다.
경기 남양주시 역시 진접선을 고대한다. 진접선은 서울 노원구 당고개역에 시작해 남양주시 진접광릉숲역까지 이어진다. 별내지구와 오남지구, 진접지구 등 남양주시 주요 택지지구를 지난다. 진접선 별내별가람역엔 3기 신도시인 왕숙지구를 지나는 별내선도 정차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남양주시 주요 도심들이 철도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별내동 N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남양주까지 4호선이 들어오면 서울역 등 도심으로 출퇴근하기 좋아질 것"이라며 "그 동안 지하철 개발 호재로 집값이 많이 올랐고 지금도 실거래가나 호가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별내별가람역 인근 '별내 아이파크 2차' 전용 72㎡형은 올해 초 6억 원 안팎으로 거래됐으나 지금은 호가가 8억 원을 넘어섰다.
다만 철도 공사는 공사 기간이 예정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다른 공사보다 크다. 공사 난도가 높은 탓이다. 하남선 2단계와 7호선 인천구간 개통도 애초 올 연말로 계획됐지만 공사가 차질을 빚으면서 해를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