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의 따뜻한 금융]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금융은 가능하다

입력 2020-12-1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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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K임팩트금융 대표

현대사회의 가장 큰 특징을 꼽는다면 속도감이다. 사회는 인구, 환경, 경제,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정보통신,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등의 기술은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시키면서 오랫동안 사회를 지배해 왔던 시대정신과 삶의 방식을 급속도로 바꾸고 있다.

변화 속에서도 꿋꿋하게 스스로 만든 질서 속에서 변화하지 않는 것이 금융이 아닐까 싶다. 금융은 인간이 만든 탁월한 발명품이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지대한 공헌을 해 왔다. 금융이 없는 시장경제의 성장은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보수적인 성격을 가진 금융은 사회의 변화와 함께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정보통신 발전이나 핀테크 기술은 금융의 이용과 활용 면에서 엄청난 혁신을 가져왔다. 그러나 변화하는 사회에서 금융의 본질적인 정신과 사회 속에서의 역할은 크게 진화하지 못하였다.

필자는 지난 20년 동안 사회연대은행, 한국사회투자, 한국임팩트금융 등을 설립하고 운영하면서 이러한 금융의 적극적인 역할을 실험하여 왔다. 전통적인 복지 방식을 넘어서서 재원이 선순환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투자’ 방식에 재원을 공급하는 금융을 시도하였다. 어느 정도의 성과는 이루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초기단계에 머물면서 갈 길이 멀다. 외국에서는 급속도로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되는 임팩트금융이 우리 사회에서는 왜 이렇게 더디게 가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선진기술과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한국에 적용시키면서 한국적 자본주의와 경제를 단기간에 발전시킨 저력이 있는 우리나라이기에 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사회에서 금융은 지극히 보수적인 존재이다. 우리의 금융은 매우 전통적인 틀 속에 갇혀 있다. 금융의 실패가 많은 대중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정부는 매우 엄격한 진입장벽과 규정을 동원하여 관리한다. 금융과 관련한 몇 번의 위기와 파동을 경험하면서 점점 더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방향으로 굳어졌다. 수차례 새로운 시도가 있었지만 그 실패의 경험은 관료적인 트라우마로 내재하여 더 이상의 발전적인 시도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사고의 틀로는 혁신적인 변화를 이루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경제가 이미 세계 10위권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융은 공정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 잠재력을 믿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져야 한다.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체계적인 생태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민간의 시도는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의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금융은 자본주의 발달과정에서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제는 사회문제가 우리 사회의 큰 관심거리로 등장하였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곳곳에서 심각해지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가야 한다. 모든 경제활동에서 경제적 성과와 함께 사회적 가치 창출이 중요시되고 있는 이유이다. 금융에도 이러한 가치적 사고를 담을 필요가 있다.

사회문제를 사고의 중심에 놓고 금융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적극적으로 고민하였으면 좋겠다. 금융에 대한 전통적이고 경직된 사고의 틀을 바꾸어 사회문제 해결에 적합한 융합적 형태의 제도를 만들 수 있다. 산업화의 역할을 담당했던 금융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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