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확보를 두고 국가별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발 빠른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백신 개발 제약사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일 원·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달러 환전 후 신규 진입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된 것도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다만 백신 보급 기대감은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8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관하고 있는 해외 제약사 주식은 모더나로, 2억1371만 달러(한화 2349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화이자를 1억7658만 달러(한화 1940억 원)를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백신 효과 편차가 큰 아스트라제네카 주식은 매수, 보관금액 상위권에 집계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구체적 성과를 내는 곳은 미국 제약사 화이자-바이오앤테크(Pfizer&BioNBech)와 모더나(Moderna), 영국계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등 3곳으로 추려진다. 세 곳 모두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서 90% 이상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제약사별 백신 효과는 화이자 95%, 모더나 94%, 아스트라제네카 62~90%로 편차가 큰 편이다.
서학개미들은 백신 효과, 부작용 소식 등을 비교하며 지난달에는 화이자를, 이번 달엔 모더나를 사들였다. 11월 화이자의 순매수 규모는 7325만 달러(한화 799억 원), 모더나는 880만 달러(96억 원)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달들어 모더나를 4903만 달러(한화 535억 원)어치 사들이고, 화이자는 차익 시현 후 2111만 달러(한화 230억 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투자자들이 제약사 주가를 사들인 시점과 주가 변동 시기도 일치한다. 화이자 주가는 연초 30달러 선에서 움직이다가 지난 8일 42달러로 52주 신고가를 찍었다. 같은 기간 모더나 주가는 80달러 선에서 169달러로 두 배 넘게 급등했다. 국내 주식투자자의 매수세가 몰리지 않은 아스트라제네카ADR(미국주식 예탁증서)는 지난 7월 61달러로 52주 신고가를 찍은 후 50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백신 개발 제약사 주가는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 임상시험 진행 과정, 부작용 뉴스 등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FDA 긴급사용 승인 이후 호재성 재료 소멸로 주가 역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화이자 주가는 백신 보급 기대감에 연일 급등하다가 11일(현지시각) FDA 긴급사용 승인 후 급락했다. 모더나도 긴급사용 승인 전후로 주가가 내리고 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백신 개발과 긴급사용 승인, 접종 자체가 주식시장을 끌어올리는 힘은 점차 약해질 것으로 예상하며, 백신 접종에 대한 기대는 이미 선반영 됐다”며 “가장 먼저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의 사례에서 보듯 임상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부작용이 거론되면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 원하는 건 ‘백신에 의한 경기 정상화와 성장세 회복’인데, 당장 나타나기 어렵다”며 “시장의 관심은 백신 영향력보다는 경기 부양책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