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아이에스의 1조 원 규모 공급계약 철회를 두고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회사 측은 계약 중개업체를, 계약 중개업체는 태국법인을 탓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공시 번복으로 주가가 급락한 사이 공급계약을 보고 주식을 사들인 개인투자자 피해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발단은 지난 16일, 엘아이에스가 대규모의 마스크(KF94) 상품 공급 계약을 공시한 시점부터 시작한다. 엘아이에스는 더블에이그룹(DOUBLE A GROUP)와 9812억 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676%에 달하는 계약금이 내년 실적에 반영된다는 소식에 주가도 연일 급등했다.
그러나 22일 더블에이 코리아가 공식 홈페이지에 해당 계약을 맺은 바 없다고 밝히며 허위공시 논란이 불거졌다. 다음날 엘아이에스 측은 계약금이 입금되지 않았고, 계약 중개업체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즉시 공급계약 공시를 철회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갔다. 공급계약 공시 직전일인 15일부터 23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엘아이에스 주식 9451억 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공급공시를 호재로 받아들여 대거 사들인 셈이다. 더블에이 코리아의 입장발표 이후 주가는 3일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회사 측의 검증 없는 공시로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지만, 개인투자자의 손해배상은 난망하다.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고 피해를 입증하는 과정이 어렵고 복잡해서다. 이에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 ‘회사에서 대놓고 사기 쳤다’, ‘공시 벌점만 받으면 끝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엘아이에스 측은 “계약 중개업체 윤준코퍼레이션 측에 확인을 요청했는데, 태국 회사와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현재 중개업체를 대상으로 법 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아이에스가 계약 중개업체로 고용한 윤준코퍼레이션은 2017년 자본금 10만 원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사업 목적으로 오일 트레이딩 컨설팅업, 오일 중계무역업 등을 올리고 있다. 1980년생인 김봉석 대표이사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공시위원회를 열고, 엘아이에스 측의 소명을 들은 후 고의성, 과실 정도, 신뢰성 등을 따져 벌점을 부과할 예정이다. 만약 회사 측의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단순 계약공시 철회로 마무리된다. 반대로 과실이 있다면, 최대 12점까지 벌점이 부과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계약 공시를 낸 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건 가능하지만, 허위공시는 ‘고의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달 19일까지 엘아에이스 측의 제재수위를 정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계약공시에 대해 검증 장치가 부족해 개인투자자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계약공시는 온전히 회사 측에서 내는 계약서, 자료에 기반한다. 공시 후에도 해당 계약의 위조, 사기 여부 등을 분별할 수단은 전무한 셈이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대규모 계약공시 번복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브로커인 윤준코퍼레이션이 대놓고 허위로 계약 체결을 했거나, 회사 경영진 선에서 동조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엘아이에스는 지난해 중국 야웨이정밀레이저코리아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현재 중국 야웨이머신 등이 출자한 특별목적회사(SPV)다. 최대주주는 중국 자본이지만, 한국 경영진이 경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