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기환 한화자산운용 그로스운용팀 차장은 서울 영등포구 한화금융센터에서 가진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기후위기를 고려하지 못한 포트폴리오는 좌초자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재생에너지 등 지속가능한 산업 투자로 수익률과 성장성 모두 챙겨야 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에 ‘그린’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0월 한화자산운용이 출시한 ‘한화그린히어로펀드’는 출시 한 달여 만에 설정액 100억 원을 돌파하면서 시장의 높아진 ESG 투자 수요를 입증했다. 기후위기라는 ‘악당’에 맞서 싸우는 태양광, 전기차 등 녹색 ‘어벤저스’를 한 곳에 담겠다는 포부는 이름에도 반영됐다.
석탄 산업에 세계 금융 시장의 자본도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넘어 현실적인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석탄이 결코 싸지 않다는 것. 재생에너지보다 경제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서다. 석탄발전에 가하는 강력한 저감 기준 규제 적용 등으로 석탄 산업의 시장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녹색 성장 동력 마련에 분주한 배경이다.
은기환 차장은 “그동안 경제성장은 탄소배출과 비례했다. 우리가 잘살게 된 만큼 탄소배출도 많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제 기존 화석연료 인프라가 경제를 성장시킬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장기적으로 확실한 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해법 역시 ‘기후위기 대응’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다. 이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펀드에 투자해야, 지구뿐만 아니라 고객 자산을 기후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유럽에서는 석탄발전소가 좌초자산이 되는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폴란드 오스트로테카(Ostroteka C)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소송과 외부자금 조달이 어려워 건설 중인 2억 유로 규모의 발전소 투자가 중단됐다. 또한, 영국 석유화학기업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석유 시대가 정점에 도달했다고 인정하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약속했다.
이에 한화자산운용은 ‘한화그린히어로펀드’를 통해 기후위기에도 경쟁력 있는 핵심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 고객 자산이 좌초자산이 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기후 위기를 완화하고, 대안이 될 수 있는 산업에 자본을 공급해 지속가능한 시장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수소 등의 산업군이 주요 투자처다. 태양광(29.8%), 전기차(27.9%), 풍력(19.0%), 수소(5.9%), 완화적용(RE100)(4.4%) 등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그린뉴딜 핵심기업에 투자하는 운용방식 역시 차별점으로 꼽힌다.
은 차장은 “태양광, 풍력에만 한정하기보다 기후위기 시대에서 유망한 산업 전반을 다루고자 했다. 또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해서 까다롭게 기업을 선정하다 보니 투자대상을 해외기업으로 확장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대체육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가 축산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기후위기 대응산업 전반으로 투자대상을 확장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은 차장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펀드는 매력적인 연금상품 투자처로도 주목할 만하다고 짚었다. 2050 탄소 중립 시대에서도 경쟁력 있는 기업을 엄선한 만큼, 장기적 적립 투자 성격의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에도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세액공제를 챙길 수 있다는 점 역시 투자 매력도를 높여주는 요인이다.
은 차장은 “연금상품이 재테크 대안으로 많이 주목받고 있지만,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는 항상 고민이다. 적어도 20년, 길게는 40~50년 동안 꾸준히 장기 성과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투자한다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매우 우수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 이는 장기 성과가 중요한 전 세계 주요 연기금들이 탈석탄을 선언하고, 기후위험을 투자위험으로 반영하고 있는 배경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투자자들도 기후위기를 고려한 펀드 포트폴리오로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에 가입한다면, 기후 위기에도 대응하면서 안정적인 노후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고객 등 시장 이해관계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전 지구적인 탄소배출 감축 노력에 동참하는 ‘그린 히어로’가 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