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에 밉보인 마윈…앤트그룹, 결국 해체 수순

입력 2020-12-29 15:34수정 2020-12-2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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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같은 규제 받는 지주회사로 전환 검토 들어가
결제ㆍ자산관리·신용대출·보험 등 지주사 포함…성장 악영향
앤트 기업가치, 반 토막 날 수도

▲마윈 알리바바그룹홀딩 설립자가 2018년 10월 1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발리/AP뉴시스

중국 알리바바그룹홀딩 산하 세계 최대 핀테크 업체 앤트그룹이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마윈 알리바바 설립자가 정부 금융 규제를 강하게 비판,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에 단단히 미운털이 박힌 여파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앤트그룹이 은행과 같은 규제를 받는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으며 당국의 승인이 있을 때까지 금융 라이선스가 필요한 모든 사업부를 지주회사로 옮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아직 해당 계획이 논의 중이어서 변경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등 4대 금융당국은 26일 앤트 경영진을 불러 “결제서비스라는 본업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기업 지배구조는 열악하고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도 제대로 안 된다. 막강한 지배력을 경쟁자 배제를 위해 사용해 수억 명 소비자 이익도 해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준수하고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금융지주사를 설립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블룸버그는 “당국이 사업 분할을 직접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그와 비슷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촉구했다”며 “앤트는 성장을 크게 저해할 수 있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핵심사업인 결제는 물론 자산관리와 소비자 대출, 보험, 앤트가 대주주인 온라인 은행 마이뱅크 등 수익성이 높은 부문이 전부 지주회사에 들어가게 된다.

금융지주사 구조하에서 앤트 사업은 더 많은 자본 제한을 받게 돼 지난 수년간 해온 공격적인 대출과 사업 확장을 할 수 없게 된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프랜시스 챈 애널리스트는 “앤트의 성장이 상당히 느려질 것”이라며 “자산관리와 소비자 대출 등 비결제 사업의 가치가 최대 75% 축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공개(IPO) 신청서에 따르면 앤트는 6월 기준 현금과 현금성 자산 보유액이 총 110억 달러(약 12조 원)다. 챈 애널리스트는 “앤트가 일반 은행과 같은 규정을 적용받으면 신용 대출 사업부에서만 현재 현금 보유액과 같은 110억 달러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앤트는 음식배달과 온-디맨드 가사도우미, 호텔 예약 등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사업부는 금융지주사에서 제외, 별도의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 사업부로 둘 계획이다. 앤트는 금융지주사와 이 사업부의 모회사가 된다. 이 소식통은 “현시점에서 앤트가 회사를 해체하려는 작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떤 구조가 받아들여질지 감독 당국의 더 많은 지침을 요청하고 있다”며 “당국의 피드백에 따라 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불과 2개월 전만 해도 앤트는 총 345억 달러로 세계 최대 IPO를 달성할 것이 확실시됐다. 기업가치는 골드만삭스와 웰스파고 등 월가 대표 은행들을 훌쩍 뛰어넘는 약 3100억 달러로 평가됐다. 그러나 마윈 알리바바 설립자가 10월 말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 금융포럼에서 당국의 금융규제를 대놓고 비판하면서 앤트는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하게 됐다. IPO가 전격적으로 무산된 것은 물론 이제 당국의 강력한 규제를 받으면서 사업을 쪼개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챈 애널리스트는 “앤트 가치가 1530억 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2년 전 자금조달 당시 수준으로 후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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