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유통업체들이 컨설턴트 출신 CEO를 잇달아 발탁하고 체질개선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링 밖 코치 역할인 컨설턴드들이 전면에 등장한 것.
유통업계에서 컨설턴트 CEO가 조명받게된 이유는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유통공룡으로 거듭난쿠팡의 김범석 의장과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가 보스턴컨설팅과 베인앤컴퍼니 출신이라는 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SSG닷컴까지 맡게되면서 이마트와의 시너지를 극대화를 위한 강희석 이마트 대표와 지난해 줄줄이 비효율 점포의 폐점에 적극 나선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의 전략에 관심이 모인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롯데그룹은 35여 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어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해 50대 초반의 젊은 임원들을 대표이사로 대거 등용했다. 젊은 경영자를 전진 배치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점은 점포 폐점에 나서면서 체질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롯데마트 대표에 롯데네슬레 대표이사였던 강성현 전무를 임명한 것이다. 강 대표는 1970년 생으로 50대 초반이다. 그는 BCG(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는 유통·소비재프로젝트를 맡은 컨설턴트 출신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롯데마트를 맡자마자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롭스’를 롯데마트의 상품기획(MD) 본부 헬스앤뷰티 부문으로 편입해 효율화에 나섰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영플라자 청주점과 서울 구로점 등 롯데마트 14곳, 롯데슈퍼 74곳,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롭스 27곳 등 실적이 악화된 116개 오프라인 매장이 폐점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올해 역시 롯데의 구조조정은 계속된다. 롯데쇼핑은 향후 50개 가량의 롯데마트 점포를 없앨 것으로 선언했지만 현재까지 폐점한 점포는 14곳에 불과하다. 강 대표의 살생부에 유통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경쟁사인 이마트가 2019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외부에서 발탁한 CEO인 강희석 대표 역시 컨설턴트 출신이다. 1969년 생인 그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3년 행정고시 합격 후 농림부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공직을 떠난 후 미국 펜실베니아 와튼스쿨 MBA 과정을 밟고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베인앤컴퍼니에서 이마트의 경영 자문을 맡아왔다.
강 대표는 점포의 30%를 그로서리(식음료) 매장 중심으로 리뉴얼하고, 수익성이 낮은 삐에로쑈핑과 부츠 등의 전문점을 과감하게 정리한 결과 지난해 연매출 21조 원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해부터는 SSG닷컴까지 책임지게 되면서 새로운 최영준 상무를 영입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삼일회계법인 출신 회계사로 역시 베인앤컴퍼니와 티몬 CFO(최고 재무책임자)를 거쳤다. SSG닷컴에는 전략기획담당 상무로 합류했다.
강 대표는 온라인 사업 투자 계획을 지난해 1조3118억 원에서 4478억 원으로 8640억 원을 삭감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강 대표는 온ㆍ오프라인 시너지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특히 올해는 이마트의 신선식품 노하우를 SSG닷컴에 이식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온라인 식품 시장 규모는 작년대비 53% 성장한 26조 원인데 반해 이마트의 온라인 식품매출은 약 2조 원으로 시장 점유율은 8% 수준에 불과하다. 아울러 연내 오픈마켓(중개) 진출도 꾀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컨설턴트 출신들이 유통가에 새롭게 대세로 떠오른 이커머스들을 이끌면서 전통 업체들도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이들을 전략적으로 영입하고 있다”면서 “컨설턴트는 업계와 회사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제시할 수 있고,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과감한 결단력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