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홍콩에 몰린 중국 자본만 86조 원 달해…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때리기에 투자자와 기업 모두 홍콩으로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홍콩 주식 가치는 6160억 홍콩달러(약 86조 원)로 집계됐다. 2016년 홍콩이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와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이러한 현상에는 중국 규제 당국의 관리 강화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최근 당국이 마윈의 앤트그룹 기업공개(IPO)를 중단하고 사업 매각 등 해체 작업을 진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앤트그룹의 IPO 중단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3일 2만4939.73에 그쳤던 홍콩증시 벤치마크 항셍지수는 이후 급등하면서 이날 2만6568.49까지 올랐다. 앤트그룹 이전에도 중국 내에선 규제 강화 때문에 기업 투자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홍콩 증시는 올해 중국 정부의 국가보안법 시행과 미·중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12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최악의 시기를 겪었다. 항셍지수는 올해 약 6% 하락했는데, 이는 MSCI세계지수와 비교하면 1999년 이후 가장 부진한 것이다. 항셍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가운데 상승한 곳은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자 중국 투자자들은 홍콩을 대표하는 기술, 부동산, 금융 업종 등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섰다. 여기에 규제 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중국 본토 기업들이 홍콩으로 2차 상장을 하는 경우도 잦아졌는데, 이렇게 유치된 자본금도 지난 10년 새 최고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DWS그룹의 션 테일러 아시아태평양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은 중국 정부가 홍콩의 안정을 되찾기로 하고 다시 금융 허브로서 지원할 것으로 믿고 있다”며 “홍콩 주식은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을 가진 만큼, 우리는 본토보다 홍콩 증시에 더 많이 투자하려 한다”고 말했다.
보컴인터내셔널의 훙하오 수석 애널리스트는 “홍콩은 성숙한 시장이고 자본 통제도 없다”며 “이로 인해 더 많은 중국 기업이 이곳에서 2차 상장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련의 이유로 중국 르네상스자산운용은 2018년 11.7%에 그쳤던 홍콩 내 중국 투자자 비중이 2022년에는 17%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고, 크레디트스위스(CS)는 내년 항셍지수가 중국의 강력한 투자를 중심으로 현재보다 13% 올라 3만 포인트를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올해 중국 투자금 유입이 너무 강해서 홍콩 중앙은행은 현지 통화 가치를 조절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했다”며 “홍콩 당국의 시장 감시도 활발해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