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가격 상승폭이 미미했던 지방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최근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타 지방도 매수우위지수 9년 만에 90선 넘어
3일 KB부동산의 월간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24.5로 2013년 4월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 이 지수는 부동산 중개업소의 향후 2~3개월 내 아파트값 전망을 수치화한 것으로 100 이상이면 상승, 100 미만이면 하락 의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년 12월 이 수치에서 서울은 124.2, 경기 128.4, 인천 123.3, 수도권 126.2 등으로 전달 대비 높게는 10.0포인트 상승했다. 지방 5개 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는 작년 11월 역대 최고치인 130.1까지 치솟은 뒤 12월에는 122.8로 소폭 낮아졌다.
특히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기타 지방의 수치는 122.7로 처음으로 120을 넘으면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충남(124.7)과 전북(121.7), 경북(131.4)의 전망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매매가격 전망지수가 전국적으로 상승하는 건 집을 팔겠다는 사람보다 사겠다는 사람이 늘어나서다. 지난달 전국 KB 주택 매수우위지수는 103.4를 기록해 2002년 2월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100)을 넘어섰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 내에서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매수자가 많다'는 의미이며,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많다'는 뜻이다.
특히 대구(128.8), 광주(113.4), 세종(111.5), 대전(110.8), 서울(108.3) 등의 순서를 기록하며 지방 광역시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지방 5대 광역시의 매수우위지수는 작년 11월 역대 최고치인 106.5을 기록했고 12월에도 비슷한 수치인 106.4를 보였다.
기타 지방도 경남(106.6), 충남(96.3), 전북(77.7)이 역대 매수우위지수 최고치를 경신하며 97.0까지 올랐다. 기타 지방의 매수우위지수가 90선을 기록한 것은 2011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지방에선 공시가격 1억 원 이하의 아파트에서 다주택자들의 틈새 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7·10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을 강화한 반면 공시가격이 1억 원을 넘지 않는 주택에 대해서는 취득세 중과 예외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실제 천안 서북구 성정동 '주공아파트 5단지'는 모든 주택형이 전용 59㎡형 이하로 공시가격이 1억 원을 밑돈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소 측은 "한 번에 10채를 사들이는 사람도 있다"며 "가장 작은 평수인 전용 39.3㎡를 가장 많이 찾아 가격도 제일 먼저 올랐다"고 전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가음동 '은아아파트' 전용 49.83㎡형은 7·10대책이 나오기 직전 1억7000만∼1억8000만 원이었던 시세가 작년 11월 2억9000만 원까지 오르며 3억 원을 눈 앞에 뒀다. 같은 달에만 무려 34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로 시중의 유동성이 넘치면서 그간 가격 상승폭이 작다고 여겨진 지방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과열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저가 아파트에 투기 수요가 몰리면 실수요자의 주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지방은 인구 감소에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지 않아 저가 아파트가 계속 오르긴 어렵고, 거품으로 형성된 가격은 회복이 안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