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와 여당의 브레이크 없는 부동산 입법 폭주가 계속될 전망이다. 당정은 올해 상반기 부동산거래분석원 신설과 신규 전세계약 상한제 도입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법안은 이르면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논의 후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부동산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법안은 부동산거래분석원(분석원) 설치법이다. 분석원은 시장 교란 행위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이를 수사하는 상시 기구다. 지난해 11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와 협의해 발의한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따르면 분석원은 부동산 이상 거래나 불법행위를 분석·감시하고 수사하기 위해 국세청, 금융감독원, 경찰 등 관련 행정기관으로부터 금융거래 정보와 세금납부 사항 등을 받아볼 수 있다.
정부는 앞서 현행 국토부 불법행위 대응반을 분석원으로 확대 개편한다고 밝혔다. 불법행위 대응반은 국토부와 검찰 등 7개 기관 13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임시조직이다. 정부는 인력 확충과 거래 분석기능을 확대해 40명 안팎의 정식 기관으로 조직할 방침이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분석원이 설치되면 투자 목적의 부동산 거래는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다. 정부는 “분석원은 금융정보분석원(FIU)를 참고해 부동산시장 모니터링에 초점을 맞춘 기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존 부동산 거래시장을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이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석원까지 설치되면 거래 위축은 피할 수 없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분석원 설치 법안은 이르면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여당에게 부동산 문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따라서 여당이 법안 통과 속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변창흠 신임 국토부 장관의 분석원 설치 의지도 뚜렷하다. 그는 지난달 취임사에서 “과도한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개발이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공급 물량이 실수요자에게 돌아가도록 할 것”이라며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신속하게 출범시키고 국세청 등과 협력해 현장 점검과 단속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신규 전·월세 계약에 대한 가격 상한제 도입안도 연내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새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전셋값이 급등하자 정부와 여당은 신규 전·월세 계약에도 상한제를 확대 적용해 임대료 상승을 막겠다고 했다.
지난해 민주당 윤호중 의원과 이원욱 의원은 신규 임대차계약 체결 시 가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 안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 1년 이내에 체결하는 신규 임대차계약은 기존 임대차계약과 연계해 기존 계약 임대료의 증액 상한율(기준금리+3%)를 적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현행 기준금리를 감안하면 신규 전·월세 계약에도 4~5% 이내로만 임대료를 올려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법안 역시 법 시행 이전에 집주인들이 전·월세를 대폭 올릴 수 있고 임대차 물량 축소를 부추길 수 있어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 밖에 여당은 공공재개발 사업 추진을 위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위해 속도전에 나설 전망이다. 이 법안은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 핵심 사업을 제도화하는 내용으로 정부와 여당은 이 법안을 반드시 올해 상반기에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정부와 서울시는 심사를 거쳐 이달 중순 후보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말 국회 국토위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여당 관계자는 “야당의 반대 등으로 인해 도정법 개정안이 이번 법안 심사 소위에선 통과되지 못했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