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마지막 1년] 문 대통령 퇴임 이후 ‘잊혀진 사람’ 될 수 있을까

입력 2021-01-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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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정치와 거리두겠다지만 양산 사저 가기 전 과제 산적... 외교·안보·부동산 등 골머리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국무위원들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이맘때쯤 있었던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이후 구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이후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 현실 정치와 계속 연관을 가지거나 그런 것을 일체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의 바람은 무리 없이 이뤄질 것처럼 보였다. K방역으로 대표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성과를 냈고, 이에 힘입어 국정 지지율은 40~50%를 넘나들었다. 2020년 총선에서는 여당이 180석에 가까운 압승을 거뒀고, 이를 바탕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에도 시동을 걸며 일종의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남은 1년 5개월 남짓의 임기 동안 이어갈 국정과제들도 설정돼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한국판 뉴딜,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의 균형외교 등이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새해 코로나 위기로 인한 경제회복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이 과제들에 힘을 싣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문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중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1년 경제정책 방향 보고’에서 “2021년 경제정책 방향은 빠르고 강한 경제 회복과 선도형 경제로 대전환”이라며 “재정, 금융 등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고 민관이 합심해 민생경제의 확실한 반들을 이뤄내야 하겠다”고 말했다.

또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한국판 뉴딜은 저탄소경제로 나아가는 우리 기업들을 지원하고 산업 전반에 디지털 경쟁력을 더해 준다”며 “선도형 경제는 사람의 창의력이 핵심 경쟁력이 되는 경제로 지금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제2벤처붐을 더욱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은 임기 동안 국가적 자원을 코로나 위기 극복과 한국판 뉴딜의 기반을 닦는 데 쏟아붓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미국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본격 출범하면 외교와 안보 등 한반도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우선 북핵 문제와 북미 관계 등 대북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식 ‘톱다운’과는 정반대로 ‘보텀업’ 방식의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면 리더의 결단에 무게가 실리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문 대통령이 구상해온 독자적인 대북교류는 자칫 미국과의 마찰을 불러올 우려마저 제기된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화할 경우 문 대통령의 이른바 ‘운전자론’도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운전대는 여전히 문 대통령이 잡고 있지만, 조수석에는 미국이나 중국 중 하나만 앉혀야 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균형외교’를 내세우며 양측 모두에 손을 내밀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과 중국이 “양자택일하라”며 압박을 가해온다면 자칫 두 나라 모두와 소원해지는 결과를 부를 위험도 내재해 있다.

문 대통령이 ‘잊혀진 사람’이 되기 위한 가장 큰 전제조건은 무엇보다 최근 이어지는 일련의 위기상황들을 제대로 관리하느냐 여부다. 부동산과 코로나 백신 등 민심을 불안하게 만드는 숙제들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이런 문제들에 관해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문 대통령이 무사히 경남 양산의 사저에 안착할 수 있을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부동산 문제의 경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을 교체하고 정책 방향을 공급 쪽으로 일부 선회하면서 반전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자가 소유를 원하는 수요자들의 요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임대주택 공급에 방점이 찍혀 있어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수요가 가장 많은 ‘새 아파트’는 단기간에 공급할 수 있는 재화가 아닌 만큼 임기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리스크는 봄부터 이어지는 선거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특히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여당이 패한다면 문 대통령의 ‘퇴임 리스크’는 급격히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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